1일 20여년간 수집해 온 중국 고대 유물 2177점을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한 신영수 티베트 박물관장(왼쪽). 기증된 청동기 유물 중 황소 2마리가 정교하게 조각된 동물무늬 허리띠꾸미개.
신영수(申泳洙·49) 티베트 박물관장이 1일 국립중앙박물관에 상대(商代)부터 한대(漢代)에 이르기까지 청동 철기유물과 도기, 금속공예품, 동경(銅鏡) 등 중국 고대 유물 2177점을 기증했다. 이는 지난해 일본인 가네코 가즈시게(金子量重)가 기증한 아시아 유물 1020점을 넘는 수량으로 중앙박물관에 기증된 국외 문화재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기증 유물은 양뿐 아니라 질적인 면에서도 뛰어난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중국 북방 흉노족의 청동기문명인 오르도스 청동기 유물은 그 종류나 숫자에서 최대 규모다. 황소 두 마리가 정교하게 새겨진 동물무늬 허리띠꾸미개, 칼의 몸과 손잡이가 일체로 만들어진 동검(銅劍) 등은 전문가도 감탄할 만큼 정교하다.
오르도스 청동기문명은 춘추전국시대 흉노족에 의해 형성된 문명으로 시베리아 스키타이 문명의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기증 유물은 우리 고대 청동기문명과의 비교 연구에도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중앙박물관은 내년 서울 용산 새 박물관으로 이전 개관할 때 ‘중국실’을 운영할 계획이었으나 유독 중국 고대유물이 없어 난감해하던 터여서 기쁨이 더욱 크다. 이건무 중앙박물관장은 “가뭄 끝에 단비를 만난 기분”이라고 말했다.
유물을 기증한 신 관장은 “20여년간 홍콩, 중국, 태국, 몽골 등을 돌아다니며 수집한 유물이지만 별도의 박물관을 세울 수 없는 형편이라면 대중과 함께 나누는 것이 옳다고 생각해 아무 조건 없이 기증을 결심했다”면서 “중앙박물관측에서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더욱 즐겁다”고 말했다.
신 관장은 2000년 서울 종로구 소격동에 ‘티베트 박물관’을 세운 뒤 ‘즐거운 성(性) 박물관’ ‘아름다운 차 박물관’ ‘작은 차 박물관’ ‘스키·등산 박물관’ 등 무려 5개의 민간박물관을 세웠다. 올해는 총포 박물관도 개관할 예정이다.
권재현기자 conf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