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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박성원/민주당이 사는 길은…

입력 | 2004-04-01 19:00:00


총선 후보 등록 마지막 날인 1일 오전 민주당사에서는 총선 후보들의 ‘불출마 선언 도미노’가 이어지고 있었다.

그러나 당 지도부 중 누구 하나 나서 ‘다시 뛰어 보자’고 설득하는 장면은 눈에 띄지 않았다. 이날 추미애(秋美愛) 의원이 이끄는 선거대책위원회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조순형(趙舜衡) 대표가 주도하는 비상대책위원회는 국회 본관에서 각각 따로 회의를 열고 있었다.

이 와중에 추미애 선대위원장은 중진의원 4명의 공천 취소와 독자적인 비례대표 명단 발표로 ‘개혁공천’ 카드를 밀어붙였다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무효 판정을 받은 뒤 아예 외부와 접촉을 끊어 버렸다.

이런 ‘한 지붕 두 살림’의 상황에 한 당직자는 “50년 전통의 민주당이 어쩌다 이 지경이 됐느냐”고 한숨지었다.

실제 탄핵 역풍(逆風)으로 지지도가 곤두박질치는 가운데 당 지도부가 최근 며칠간 보여준 행태는 공천권을 둘러싼 ‘밥그릇 싸움’으로 비칠 수밖에 없었다.

특히 ‘점령군처럼’ 칼을 빼든 추 위원장측은 후보 등록을 코앞에 두고 일부 후보를 전격 교체하는 바람에 오히려 당을 회복불능의 분란 속으로 빠져들게 만들었다는 지적을 샀다.

하지만 민주당의 ‘지푸라기라도 잡겠다’는 식의 성급한 행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탄핵안을 시한에 쫓기자 힘으로 밀어붙여 역풍을 초래한 것도 그렇지만 선거구제 협상 막판이었던 지난달 2일 밤 ‘양승부 수정안’으로 불리는 선거구 재획정안을 전격 제출해 선거법 처리를 무산시킨 행태는 당내에서조차 “급할수록 정도를 가야 하는데…”라는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이날 선대위 대변인과 비대위 대변인이 10분 간격으로 딴 목소리를 내는 것을 보다 못한 유종필(柳鍾珌) 대변인은 기자실 마이크를 부여잡고 “죽더라도 당당하게 죽자”고 호소했다.

민주당이 ‘포말(泡沫)정당’처럼 사라지지 않고 자생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선대위측이나 비대위측이나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려는 진지한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는 점을 깨달았으면 한다.

박성원 정치부기자 sw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