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화가 바스키아 감옥가다/김민호 지음/200쪽 1만3000원 예경
앙리 마티스와 파블로 피카소는 20세기 초 프랑스 화단에서 가장 강력한 경쟁자인 동시에 서로에 대한 열렬한 팬이었다. 그런데 법학자인 저자(성균관대 법학과 교수)는 마티스의 ‘블루누드’(1906)와 피카소의 ‘아비뇽의 처녀들’(1907)을 보면서 중요한 유사점을 발견했다. 두 작품은 모두 여인의 몸과 근육을 변형시키고 푸른색 톤의 배경을 사용해 육감적인 몸의 윤곽을 강조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피카소가 마티스의 작품을 표절했다는 것인가?
정말로 마티스가 피카소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 소송을 냈다면 법원은 어떤 판결을 내렸을까? 저자는 “유죄 판결을 내리기 위해서는 우선 피카소가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마티스의 작품에 의거한 점이 입증돼야 하고, 둘째로 두 작품 사이에 실질적 유사성이 있어야 한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이것은 법적으로 쉽게 판단하기 어려운 문제다. 저자는 창작과 표절에 대한 가장 명확한 판단기준은 바로 작가 자신의 양심이라는 사실을 환기시켜 준다.
저자는 또한 미국 뉴욕 거리에 낙서를 하며 ‘검은 피카소’란 명성을 얻었던 장 미셸 바스키아의 경범죄 저촉 여부를 따지고, 고철로 만든 조형 작품을 가져다 팔아버린 청소부에게 재물손괴죄를 묻는다. 미술 이야기 사이사이에 골치 아픈 법률을 ‘가볍게’ 설명도 해 준다.
김형찬기자 kh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