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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 라이프]산림과학원내 나무병원 상담원 김교수 박사

입력 | 2004-04-04 18:04:00

국립산림연구원 김교수 박사(왼쪽)와 박주용 인턴 연구원이 향나무녹병에 걸린 나뭇가지를 검사하고 있다. -전영한기자


“집에 있는 3년 된 대추나무 잎사귀가 노르스름하게 변하면서 까만 점이 생깁니다.”

“대추나무점무늬병의 피해 증세입니다. 병든 잎사귀의 낙엽을 모아서 태우시고 잎이 완전히 자라면 배노밀수화제 1000배액을 나뭇잎과 가지에 충분히 뿌려주세요.”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라온 질문에 대한 국립산림과학원 김교수 박사(62)의 답변이다.

“이름은 교수지만 진짜 교수는 아니에요. 허허.”

그러나 나무의 각종 질병에 관한 한 그의 지식은 교수 이상이다. 국내에 100명도 안 되는 국가공인수목보호기술자이며 30년 가까이 솔잎혹파리를 비롯한 나무의 병해충을 연구했다.

현재 직함은 국립산림과학원 산하 나무병원의 전문상담원.

산림과학원 병해충과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다 1998년 퇴직한 뒤 2002년 비정규직 상담원으로 ‘원대 복귀’했다.

“현업에 있을 때는 프로젝트에 쫓기며 바쁘게 살았죠. 좋아하는 일을 계속할 수 있고 전문지식도 활용할 수 있으니 지금이 훨씬 더 행복합니다.”

국내에 나무병원은 몇 곳 있지만 무료 상담과 진료를 하는 곳은 이곳뿐이다. 인터넷, 전화, 팩스, 방문 등 다양한 방법으로 문의가 가능하다. (전화 02-961-2614, www.kfri.go.kr/treehospital)

김 박사는 가능하면 사람들이 나뭇가지 일부를 들고 방문하기를 바란다. 보다 정확한 진단을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김 박사의 상담 건수는 600여건. 손으로 쓴 민원 상담일지를 보여주는 모습에 자부심이 가득하다. 아파트 주민이나 개인주택 거주자가 단지에 심어진 나무가 병든 것 같다며 묻는 경우가 많았다.

김 박사는 수목 생리나 환경 문제 등 자신의 전공이 아닌 분야에 대해서는 다른 연구자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성심성의껏 상담해주었다. 그러한 친절한 서비스를 인정받아 지난해 말에는 국립산림과학원장으로부터 대민봉사 감사패를 받기도 했다.

서울지방경찰청의 수목관리 담당자와는 상담을 해주다 친구가 되기도 했다.

60대라고는 보기 힘든 젊은 외모의 비결을 묻자 “평생을 나무와 함께 살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30년 동안 이곳(수목원)으로 출근했거든요. 출장을 가도 산으로 가야 하니까 10년 젊게 사는 건 당연한 거죠.”

1970년 서울의 홍릉수목원 내 국립산림과학원에 부임한 이후 연구동을 한번 옮겼을 뿐 지방에서도 근무한 적이 없다. 결혼식도 홍릉수목원에서 야외 결혼식으로 치렀다.

“나무가 왜 좋으냐”고 물으니 책상 벽에 붙여놓은 이은상 시인의 ‘나무의 마음’을 가리킨다.

“나무도 사람처럼 마음이 있소/숨 쉬고 뜻도 있고 정도 있지요/…나무는 사람 마음 알아주는데/사람은 나무 마음 왜 몰라주오….”

장강명기자 tesomi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