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올 때 우산 뺏고 날 좋으면 우산 준다.’
사업 전망이 좋을 때는 서로 돈을 빌려주기 위해 성화를 부리다가도 여건이 뒤바뀌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외면하는 은행을 책망하는 말입니다. 하지만 그동안 견원지간(犬猿之間)과도 같던 은행과 기업의 관계도 서서히 변해가는 느낌입니다. 은행과 기업의 불균형한 역(力)관계가 상생(相生)을 지향하는 파트너십 관계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죠.
지난달 30일자 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보도한 바 있습니다만 미처 전하지 못한 내용을 말씀드릴까 합니다.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으로 취임한 황영기 회장은 최근 한국은행 출입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기업을 죽이는 저승사자가 아닌 ‘기업을 살리는 은행’이란 소리를 듣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황 회장은 최근 조류독감 사태 때 “은행들이 가장 무서웠다”고 말한 양계업자들의 말을 소개하면서 은행이 ‘거꾸로 가는 우산장사’로 비유되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지요.
황 회장의 말이 아니더라도 최근 은행과 기업의 관계가 변해가고 있는 사례는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쓰러져 가던 중소기업이 은행의 경영 컨설팅과 채무조정을 통해 부활의 노래를 부르는가 하면 경영자의 뚜렷한 비전과 은행의 전폭적인 신뢰가 폭발적인 시너지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어려울 때 도와준 은행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못해 그 은행 프로농구팀의 든든한 후견인이 된 중소기업 사장도 있습니다.
놀라운 점은 은행들이 과거 권위적인 이미지에서 투철한 서비스 정신으로 빠르게 재무장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리고 우량 고객을 한 명이라도 더 유치하기 위해, 은행들도 리스크를 함께 나눠야 한다는 것이죠.
자본주의의 발전을 위해 기업가와 은행의 진정한 파트너 관계는 필요충분조건입니다. 앞으로 은행과 기업의 ‘윈윈’ 관계가 계속 이어지기를 기대합니다.
김창원 경제부기자 chang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