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딩 뮤지컬을 표방한 ‘클럽 하늘’공연장에는 무대와 객석 구분이 없다. 공연 도중 관객들은 30여분간 배우들과 함께 춤을 추며 즐긴다. 변영욱기자
요즘 서울 남산엔 개나리와 벚꽃, 진달래가 한창이다. 한밤 중에도 노란 개나리꽃이 선명하게 보이고, 연분홍빛 진달래는 수줍은 듯 바람에 살랑거린다. 눈을 돌려 서울 야경을 바라보니 저 멀리 한강다리에도 황금빛 조명과 자동차의 붉은 후미등이 마치 꽃처럼 흐드러지게 피어 있다. 봄기운이 무르익는 4월의 밤, 남산자락에 자리한 국립극장에선 또 다른 환상의 세계가 사람들을 유혹한다.
○대중가요-댄스-서커스 함께 녹여
“자, ‘클럽 하늘’에 오신 여러분들을 환영합니다. 오늘 밤 싱글인 분들은 특히 기대하십시오. 마음에 드는 우리 댄서들과 함께 무대에 올라 춤을 추셔도 됩니다.”
남산 국립극장의 ‘하늘극장’엔 요즘 밤마다 ‘클럽 오베론’이란 화려한 네온사인이 번쩍인다. 18일까지 야외에서 공연중인 스탠딩 나이트 뮤지컬 ‘클럽 하늘’(연출·안무 박일규). 티켓박스에서 입장권(2만5000원, 대학생 1만5000원)을 사서 들어간다. 입구에서는 공연 팜플렛과 칵테일을 합쳐 3000원에 판다.
음료를 들고 극장 안으로 들어서니 무대와 객석의 구분이 따로 없다. 아직 쌀쌀한 봄밤인데도 댄서들의 화려한 춤을 폰카메라와 디지털카메라로 찍으며 즐겁게 노는 젊은이들의 열기가 뜨겁다.
이 작품은 셰익스피어의 ‘한여름 밤의 꿈’을 서커스와 마술, 대중가요와 댄스 등 현대적 분위기로 재구성한 뮤지컬. 30여분간 스탠딩으로 관람하던 관객들은 동춘서커스단의 서커스 공연이 끝나자 객석에 앉아 본격적으로 뮤지컬을 즐겼다. 사랑의 묘약을 잘못 마셔 엇갈려버린 연인들이 마침내 제 짝을 되찾고 진한 키스를 나누자 객석에서는 ‘꺅’하는 괴성이 쏟아진다. 주인공들이 사랑을 되찾은 후 마지막 장면에선 ‘댄스시어터 동랑’의 무용수들과 관객이 한바탕 춤의 난장(亂場)을 벌인다.
○열린무대로 관객 참여 유도
국립극장 하늘극장에는 이 작품을 필두로 5월26 일까지 셰익스피어의 야외극 5편이 잇달아 무대에 오른다. 660석 규모의 ‘하늘극장’은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을 축소해 놓은 듯한 형태로 되어 있다. 무대 위로는 하늘이 보이지만 객석엔 지붕이 씌워져 배우들의 목소리가 낭랑하게 울려 퍼진다.
이번 야외극시리즈는 셰익스피어 연극의 흥겨움을 한껏 강조한 작품들을 무대에 올린다. 대사 위주의 극 전개방식에서 벗어나 현장에서 관객들이 공연에 참여할 수 있도록 다양한 시청각적 실험극으로 재구성됐다.
‘클럽하늘’과 ‘뮤지컬 십이야’(연출 박재완 이미경)는 쇼 뮤지컬로 흥겨움을 더해준다. ‘동방의 햄릿’(연출 원영오)과 ‘한여름 밤의 꿈’(연출 양정웅)은 해외 연극제에 여러 번 출품된 작품들로 대사보다 동양적 몸의 언어로 강렬한 이미지를 표출한다. 대미를 장식할 ‘리어왕’(연출 이윤택)은 비극의 원형에 충실하면서도 현대적 야외극의 진수를 선보인다. 공연시간 오후 7시반. 02-2274-3507
국립극장 하늘극장 야외극 시리즈 셰익스피어 난장제목날짜극단내용클럽하늘4월1일∼18일댄스 시어터 동랑‘한여름 밤의 꿈’을 서커스와 마술, 대중가요로 재구성한 스탠딩 뮤지컬. 동방의 햄릿4월23일∼5월1일극단 노뜰대사보다 배우들의 섬세한 몸짓을 중시한 연극. 음악과 의상 등에서 한국적 느낌을 표현. 한 여름 밤의 꿈5월5일∼9일극단 여행자 도깨비 이미지를 바탕으로 우리 정서의 노래와 춤으로 새롭게 각색. 뮤지컬 십이야5월13일∼16일루트21사랑에 대한 환상과 기대, 자아도취와 어리석음을 경쾌하게 풀어낸 청춘 뮤지컬. 리어왕5월19일∼26일연희단 거리패원작에 충실하면서도 우리 정서와 오늘의 언어에 맞춰 새롭게 구성한 무대.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