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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팀]쿠엘류 1년…8일 기술위서 진퇴 논의

입력 | 2004-04-05 18:21:00

최근 약체팀들과의 졸전으로 인해 경질될 위기를 맞고 있는 움베르토 쿠엘류 감독. 과연 그도 한국축구의 4강 신화를 이끈 거스 히딩크 감독처럼 위기를 딛고 일어서 한국축구를 도약시킬 수 있을까. 동아일보 자료사진


《요즘 인터넷상에서 한국축구대표팀은 ‘아시아를 놀라게 한 팀’으로 조롱받고 있다. 최근 오만 베트남 몰디브 등과의 졸전으로 한국축구의 체면은 지금 말이 아니다. 이에 대한축구협회는 8일 기술위원회를 열어 움베르토 쿠엘류 감독(54)의 진퇴를 논의할 예정이다. 거스 히딩크 전 감독(58)과 쿠엘류 감독 비교, 대표팀 주장인 유상철의 직격 인터뷰를 통해 한국축구의 현주소를 짚어본다.》

한국축구를 월드컵 4강으로 이끈 히딩크 감독. 그러나 그 후 지휘봉을 넘겨받은 쿠엘류 감독의 성적은 초라하다.

A매치 9승3무6패… 히딩크보다 경기질 낮아

쿠엘류 감독이 첫 국가대표팀간 경기(A매치)를 치른 것은 지난해 3월 29일 콜롬비아와의 친선경기. 이때부터 지난달 31일 몰디브전까지 1년 동안 9승3무6패의 A매치 전적을 기록 중이다. 2001년 1월 24일 노르웨이와 첫 A매치를 가졌던 히딩크 감독은 그 후 1년째 되는 북중미골드컵대회까지 8승7무8패를 기록했다.

기록만 놓고 보면 쿠엘류 감독이 더 나아 보인다. 그러나 내용은 판이하다. 히딩크 감독은 당시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의 프랑스와 체코, 세네갈 등 강팀들에는 졌지만 이란 이집트 아랍에미리트 등 중위권 팀은 물론 나이지리아 미국까지 꺾었다.

반면 쿠엘류 감독은 오만 베트남 등 몇 수 아래 팀에 무너지고 전력 차이가 큰 몰디브와도 비겼다.

히딩크 감독은 다혈질에 고집이 세지만 합리적인 결론을 도출해내는 스타일이며 쿠엘류 감독은 온화하고 침착한 성격. 이런 차이는 지도 스타일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히딩크 감독이 숨은 선수를 발굴하고 스타플레이어들과의 주전 경쟁을 유도해 전력을 향상시켰던 반면 쿠엘류 감독은 기존의 스타플레이어를 고집한다. 히딩크 감독은 한국축구에 스피드(Speed), 정신력(Spirit), 스태미나(Stamina) 등 ‘3S’를 불어넣었다. 쿠엘류 감독은 여기에 선수들의 개인기와 전술 이해도를 접목시킬 것으로 기대됐으나 이뤄지지 않았다.

문제는 쿠엘류 감독이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 히딩크 감독도 프랑스와 체코에 0-5로 대패하면서 ‘오대영’이라는 치욕적인 별명과 함께 경질론이 대두된 적이 있었다. 그래도 히딩크 감독은 파워프로그램으로 선수들을 몰아붙여 막강한 팀으로 변모시켰다.

주전경쟁 대신 스타의존… “비전이 없다”

쿠엘류 감독에게서는 이런 ‘희망’을 찾아볼 수 없다. ‘오대영 감독’에게 절대적 지지를 보냈던 사람들이 쿠엘류 감독에 대해서는 고개를 흔드는 이유다.

“히딩크 감독은 참패를 당해도 발전된 안을 끊임없이 제시하고 실천했다. 그러나 쿠엘류 감독은 새로운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축구협회 한 고위 관계자의 말에서 쿠엘류 감독에 대한 불신을 읽을 수 있다.


권순일기자 stt7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