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패왕 항우는 전력이 우세했지만 결국 해하의 전투에서 한고조 유방에게 패했다. 삼국지에서는 백만 대군의 조조가 적벽대전에서 손권에게 무릎을 꿇었다.
지난 주말 MBC배 대학농구대회에선 전력이 한 수 위인 연세대가 3쿼터 14점차 리드를 지키지 못한 채 라이벌 고려대에 역전패했다.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에서는 정규리그 1위 TG삼보가 홈 코트의 이점 속에서 먼저 2연패를 당했고, 적지에서 2연승으로 기세를 올린 KCC는 안방에서 어이없이 2연패에 빠졌다.
동서고금을 통틀어 모든 여건과 전략이 우세한데도 지는 이유는 자만에서 비롯된 방심이 아닌가 싶다. 오늘 밤 열리는 프로농구 챔프전 5차전에 관심이 쏠리는 것도 그래서다. 홈 코트가 약이 아니라 독이 되었고 연승이 기세를 올리기는커녕 부담만 준 상황에서 방심은 패배라는 공식이 계속될까 하는 궁금증 때문이다.
양 팀의 공통점은 수비가 승부의 키를 쥐고 있다는 점이다. 수비에선 전술도 중요하지만 정신력이 더 중요하다. 농구에서 감독은 ‘배수의 진’을 다짐할 때 죽기살기식의 수비를 떠올린다.
기록을 살펴봐도 이 사실은 분명히 입증된다. KCC가 2연승할 때 평균 실점은 78점이었고 TG가 2연승할 때도 상대에게 평균 69점밖에 허용하지 않았다.
수비의 중요성을 언급할 때 센터의 역할은 커진다. 센터가 제구실을 할 때 가드도 빛이 난다. 이런 면에서 TG 데릭스는 KCC 바셋보다 돋보인다. 자신보다 힘과 점프력이 뛰어난 바셋을 수비하면서 KCC 주득점원인 민렌드까지 도움 수비로 견제하고 있다.
그뿐인가. 수비리바운드에 이은 재빠른 아웃렛 패스로 속공까지 주도한다. TG 전창진 감독이 파워와 골밑 득점이 뛰어난 아이크를 버리고 부상 중인 데릭스를 고집한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반면 바셋은 블록슛은 좋지만 자신의 장점인 인사이드보다 아웃사이드에서 겉도는 모습을 이해할 수 없다.
MBC 농구해설위원 cowm55@yah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