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P3플레이어에 맥박 재는 기능이 있는 삼성전자의 ‘스포츠 옙’. 운동 전후 측정한 맥박수를 이용해 운동으로 소모된 칼로리를 보여준다. 사진제공 삼성전자
《회사원 김정선씨(29·여)는 MP3플레이어 구입을 놓고 고민 중이다. 구입 목적은 음악을 듣기 위해서가 아니라 아침과 저녁 출퇴근 시간에 어학공부를 하기 위해서다. 주위 동료들이 MP3플레이어를 이용해 지하철 열차 안에서 어학공부를 하는 것을 보고 자극을 받았기 때문이다. MP3플레이어가 디지털 복합화 과정을 거치면서 변신을 계속하고 있다. 어학 학습기능은 대표적인 사례. 온라인 학습 사이트에서 MP3 형태로 된 강의파일을 찾아보는 것은 더 이상 어려운 일이 아니다.》
▽다양해지는 용도=MP3플레이어를 이용한 어학학습이 편리한 데는 ‘MP3 인코딩’ 기능이 한몫하고 있다. 집에 방치돼 있는 어학학습 테이프를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코딩 기능이 MP3플레이어 자체에 내장됨에 따라 녹음기와 연결만 해 두면 테이프에 있던 강의내용을 그대로 옮겨 담을 수 있다.
예전에는 MP3파일로 변환하려면 PC를 거쳐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지만 지금은 이런 기능이 MP3플레이어에 들어 있다. 물론 MP3파일로 만들어진 강의 내용은 노트북PC 등으로 옮겨서 활용할 수도 있다.
초기에는 없었던 액정화면(LCD) 창이 점점 커지면서 ‘전자책’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이전에는 개인휴대단말기(PDA)처럼 고가의 제품에서만 가능했지만 지금은 MP3플레이어가 이런 기능까지 흡수하고 있는 것.
최근에는 몸 관리 기능까지 가미된 제품이 등장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스포츠 옙’은 손가락을 갖다대면 심박수를 측정해 운동 전후의 칼로리 소모량 등을 계산해 준다.
작고 가벼운 MP3플레이어를 주머니에 넣고 다니다가 중요한 메모를 음성으로 대신하기도 하고 회의 때 나온 발언을 녹음해 두는 것도 가능하다. 급할 때는 컴퓨터의 중요 파일을 저장할 수도 있다.
30만 화소 디지탈카메라 기능이 들어있는 레인콤의 'IFP-1000'. 사진제공 레인콤
▽기능의 진화=국내에 처음 MP3플레이어가 나왔던 1990년대 후반만 해도 저장용량은 16∼32MB에 불과했고 LCD 창도 없었다. 말 그대로 음악파일을 저장하는 기계에 불과했다.
이후 메모리의 값이 싸지면서 기능도 발달해 이동형 디스크 기능과 어학학습을 위한 구간반복기능, 녹음기능, FM라디오 수신기능 등이 첨가됐다.
저장용량은 512MB(플래시메모리 형태)와 40GB(하드디스크 형태)로 커졌고 이어폰 출력도 20MW로 대폭 강화됐다.
크기는 초기 제품의 3분의 1 수준으로 작아지면서 LCD화면은 점점 커지고 있는 추세다. 한번 충전으로 사용할 수 있는 시간도 늘어 10시간 이상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 대부분이다.
요즘은 MP3 형태의 음악파일뿐만 아니라 새로운 음악파일 형태로 인기를 끌고 있는 OGG나 WMA 파일도 재생할 수 있는 제품이 많아지고 있다.
다른 기기와의 네트워킹 기능도 점차 강해지는 추세다. 최근에는 범용직렬버스(USB) 메모리를 끼워서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 개발됐고 무선으로 신호를 전송해 자동차의 스피커를 통해 음향을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진 제품도 나왔다.
하반기에는 영상기능까지 결합될 전망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휴대용 멀티미디어 플레이어(PMP)의 운영체계를 발표하면 삼성전자와 레인콤 등에서 잇달아 관련 제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레인콤 양덕준 사장은 “오디오에서 출발한 MP3플레이어가 이제 막 멀티미디어 플레이어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디지털 시대를 맞아 휴대용 방송 수신기 역할까지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디지털로 엮일 가정과 사무실을 연결하는 ‘중요한 고리’가 될 전망이다.
▽가격과 구매 요령=가장 많이 팔리는 제품의 가격대는 20만원대로 판매 초기나 비슷하다. 그러나 90년대 후반에는 20만원을 주고 16MB 제품을 구입했지만 지금은 256MB 제품까지 구입할 수 있고 부가기능도 훨씬 많아졌다. 저장용량과 기능을 고려하면 30∼40% 정도 가격이 떨어진 셈이라고 업계 관계자는 설명한다.
음악파일 하나의 크기가 4MB 정도인 것을 알면 메모리 용량을 선택할 때 도움이 된다. 소프트웨어로 MP3플레이어에 새 기능을 추가할 수 있는 ‘펌웨어 업그레드’ 기능이 있는지도 살피는 게 좋다.
작고 가볍다 보니 목걸이형도 많이 나와 있다. 이런 제품을 살 때는 이어폰 줄과 목걸이 줄이 엉키지 않도록 일체형으로 만들어진 것을 고르는 게 요령이다.
허진석기자 jameshuh@donga.com
▼MP3플레이어 인기 제품들▼
저렴하고 기능 많은 MP3플레이어가 쏟아지고 있다. 올해 들어 유행하는 MP3플레이어는 기존 제품에 비해 메모리 용량과 액정화면(LCD)이 커지고 기능이 다양해졌다.
e북으로 활용할 수 있거나 메모리카드 대신 최대 40GB에 이르는 소형 하드디스크를 내장해 저장 용량을 획기적으로 높인 제품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삼성전자 ‘옙 YP-60VN’=웰빙족을 겨냥한 제품으로 MP3플레이어 기능 외에 심장박동 수와 운동시 칼로리 소모량 측정, 바이오리듬 점검, 스톱워치 등의 기능을 갖췄다. 러닝머신을 이용하거나 조깅할 때 팔에 차고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 최대 15시간까지 연속해서 사용할 수 있다. 256MB 모델의 가격은 27만원 안팎.
▽아이리버 ‘iHP-120D’=MP3 파일 외에 새로운 인터넷 음악파일 규격인 OGG도 재생한다. 20GB 용량의 하드디스크를 내장해 MP3 음악을 무려 6000곡이나 저장할 수 있다. 텍스트 파일도 읽을 수 있어 e북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영어학습 콘텐츠를 번들로 제공한다. 가격은 45만원대.
▽심스라인 ‘울트라젠’=한국어 영어 일어 중국어 등의 문자를 말소리로 바꿔 주는 음성합성(TTS·Text To Speech) 기능을 내장해 어학학습용으로 인기가 높다. 재생 중인 말소리를 문자로 확인할 수 있는 기능도 있다. 512MB 제품의 가격은 32만원 정도.
▽거원시스템 ‘i오디오3’=20GB 하드디스크를 내장한 제품. 6줄짜리 대형 LCD를 달아 편리하게 쓸 수 있다. 일정구간 앞뒤로 되감기, 구간반복 등 어학학습용 기능을 갖췄다. 1GB 분량의 영어학습 콘텐츠를 제공한다. 가격은 47만원 정도.
▽넥스트웨이 ‘NMP-612T’=재생 중인 MP3 음악을 카오디오나 홈오디오에 연결해 감상하는 기능을 갖춰 편리하다. 무선주파수 전송 기능을 통해 카오디오 등과 연결하는 방식. 범용직렬버스(USB) 잭을 내장해 바로 PC에 연결할 수 있다. 가격은 256MB 기준 20만원 정도.
김태한기자 freewil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