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과 명목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명목 비정규직 임금을 정규직 임금의 85% 수준까지 올리면 기업들의 추가 부담은 연간 20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됐다.
이렇게 되면 기업투자가 위축되면서 일자리가 줄어들고 정규직과 비정규직 모두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명목 비정규직이란 정규직과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면서도 임금은 낮은 비정규직을 말한다.
한국금융연구원 박종규(朴宗奎) 연구위원은 5일 정규직과 명목 비정규직의 임금을 비교 분석한 연구보고서에서 “정규직 임금의 54%에 머물고 있는 명목 비정규직 임금을 정규직의 85%까지 높이려면 2003년 기준으로 20조5986억원의 추가 비용이 필요하다”면서 “명목 비정규직의 임금 인상은 불가피성이 인정되지만 기업 부담도 함께 고려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위원의 이 같은 연구결과는 최근 노동단체 일부에서 주장하고 있는 명목 비정규직 임금 인상 주장의 문제점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 위원은 또 “20조5900억원은 12월 결산 상장사 531개사의 지난해 순이익인 18조2609억원보다도 많은 것”이라고 지적하고 “정규직과 명목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가 확대되고 명목 비정규직의 비중이 높아지는 추세를 감안하면 임금 격차 해소에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명목 비정규직 임금을 정규직 임금의 85% 수준으로 인상하는 데 드는 추가비용 산출은 명목 비정규직이 전체 근로자의 26.7%인 352만9000명, 임금은 월평균 91만5000원으로 정규직(169만4000원)의 54%라는 2001년 통계청 자료를 근거로 했다.
2001년 기준으로 정규직 임금의 85% 수준까지 올리기 위해선 16조8807억원이 필요한데 여기에 2002년과 2003년의 전(全)산업 임금 상승률인 11.54%와 9.40%를 감안하여 계산한 것.
박 위원은 “정규직과 명목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는 해소돼야 하지만 정책적으로 가이드라인을 정해 일거에 해결하기에는 노동시장 구조가 지나치게 기형화돼 있다”면서 “정규 노동시장에서 상시 진입 퇴출이 가능하도록 노동시장을 유연화하는 게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김창원기자 chang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