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훈 신한은행장(오른쪽)과 최동수 조흥은행장이 6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만나 두 은행의 통합 추진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김미옥기자
“신한은행과 조흥은행이 원만하게 통합되면 씨티은행도 무섭지 않다. 신한과 조흥의 장점을 합하여 새로운 은행을 만들겠다.”
신한은행 신상훈(申相勳) 행장은 6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난해부터 진행된 두 은행의 합병을 성공적으로 이끄는 것이 최선의 전략이라고 말했다. 파트너인 최동수(崔東洙) 행장의 생각도 같다. 신한, 조흥은행은 2006년 상반기까지 통합될 예정이다.
“조흥은행은 수익성이 높고 조직에 대한 직원들의 충성도도 강하다. 또 신한은행보다 좋은 곳에 위치한 점포가 많다.”(신 행장)
“신한은행은 기업 대출 부분의 위험관리 능력이 뛰어나다. 또 직원들이 잘 훈련돼 있고 상품개발력도 뛰어나다.”(최 행장)
두 은행의 만남이 이상적인 결합이라지만 짐은 무겁다. 둘의 장점만 추려 신한금융지주회사 차원에서 추진되고 있는 ‘원 뱅크’와 ‘뉴 뱅크’의 2단계 목표를 이뤄내야 하기 때문이다.
‘원 뱅크’는 신한지주의 자회사로서 협력해 시너지 효과를 최대한 키우는 1단계 목표. ‘뉴 뱅크’는 질적으로 새로운 은행으로 승화하는 2단계 목표다.
두 은행은 이미 물리적, 화학적 통합작업에 착수했다.
신한은행 상품개발실에서는 지난달 중순부터 신한은행 직원 9명과 조흥은행 직원 8명이 머리를 맞대고 더 좋은 상품 만들기에 매달리고 있다.
수수료 체계가 통합돼 두 은행 사이의 거래는 한 은행 속의 거래로 취급되고 있다. 기업 대출 기준도 같아졌다.
두 행장은 최근 상대방 지점을 방문해 마음을 섞는 작업에도 앞장서고 있다. 조흥은행 강당에 걸린 100년 전의 은행장 사진을 본 신 행장은 조흥은행 직원들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전해줬다.
“신한은 과거의 좋은 실적을 잊고, 또 조흥은 오랜 역사에 얽매이지 말고 전혀 새로운 은행을 만드는 과정에 동참해야 합니다.”
신 행장은 “신한과 조흥이 마음까지 하나가 된다면 씨티은행의 도전은 신한-조흥의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외국 농구선수들이 등장하면서 한국 프로농구 시장이 질적, 양적으로 성장한 것과 같다”고 말했다.
최 행장은 신한과의 완전한 통합 이전까지 조흥은행의 가치를 최대한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 미국, 베트남 등 해외 현지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보다 더 좋은 모습으로 통합해야 한다는 최 행장의 독려로 지난해까지 만성적자에 허덕이던 조흥은행도 가시적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당초 적자가 예상됐던 올해 1분기(1∼3월)에는 큰 폭의 흑자를 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최 행장은 직원들에 대해 “통합되기 전까지 인위적 구조조정 계획은 전혀 없다”면서 “2006년 통합될 때까지 능력을 최대한 키우자”고 격려하고 있다.
모회사인 신한금융지주의 나응찬(羅應燦) 회장과 최영휘(崔永輝) 사장은 이날 “두 행장 덕분에 신한과 조흥은행이 예상보다 빨리 한 몸이 되고 있다”고 격려했다.
신석호기자 kyle@donga.com
김창원기자 chang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