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공으로 야구하면 정말 재미있어요.” 질럿스 회원들과 털공회원들이 경기를 마친후 함께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이훈구기자
‘테니스공 야구’ 붐이 되살아난다.
테니스공 야구는 1980년대 초중학생들 사이에서 크게 유행했던 레포츠. 비싼 야구 장비를 갖추기 어려운 학생들이 야구방망이와 야구공 대신 막대기와 테니스공으로 즐겼던 일종의 ‘동네 야구’다. 당시 출범한 프로야구 붐을 타고 전국적으로 확산됐다가 한동안 시들해졌는데 요즘 다시 인기를 끌고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최근 붐의 주축이 어린 학생들이 아니라 성인들이라는 점. 서울지역에만 30개 팀이 동·서부지구로 나뉘어 매주 경기를 벌이고 있다. 한국테니스공야구협회(KTBA·cafe.daum.net/KTBA)까지 생겼을 정도. 양대 리그로 나뉘어 한해 팀당 28경기를 한 뒤 16강전부터 토너먼트를 벌인다.
30개 팀 중에서도 지난 2002년부터 클럽활동을 해온 질럿스(cafe.daum.net/hohonim)는 최고 명문으로 꼽히는 팀. 서울 서대문구 금화초등학교 운동장을 홈구장으로 사용하는 질럿스 회원은 1000명이 넘는다. 매주 일요일 정규멤버로 활동하는 골수회원은 25명 남짓. 20대 대학생에서부터 30대 회사원까지 구성원도 다양하다.
질럿스의 권오균 회장은 “야구보다 훨씬 재미있을뿐더러 부상위험이 없고 비용도 적게 든다”고 말한다.
공이 다른 만큼 일반 야구와 다른 규정도 있다. 우선 볼넷이 아닌 볼 다섯개를 얻어야 1루에 출루할 수 있다. 타자가 투수의 공에 맞아도 1루에 나갈 수 없다. 몸에 맞는 공도 볼 한개로 간주할 뿐이다. 테니스공이라 맞아도 별로 아프지 않기 때문.
또 베이스에서 주자가 리드할 수 없고 도루도 없다. 공이 가벼워 포수가 2루에 송구하는데 문제가 있기 때문.
그러나 테니스공을 가지고도 변화구를 던질 수 있다는 게 동호회원들의 주장. 한 회원은 “던질 수 있는 변화구가 7개나 있지만 경기 중에는 3개정도만 사용한다”고 자랑했다. 테니스공은 야구공과는 달리 실밥이 없기 때문에 변화구는 순전히 근력으로만 던진다.
질럿스의 김영균 감독은 “테니스공 야구 상위팀 실력은 웬만한 사회인야구팀에 뒤지지 않는다”며 “그러나 무엇보다 순수한 마음으로 함께 모여 즐기는 야구를 한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전 창기자 j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