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역에서 영등포역을 자주 오가는 송모씨(35)는 고속철도(KTX) 개통 이후 짜증이 늘었다. 그가 KTX를 타고 서울역까지 가는 데 약 1시간, 서울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영등포역으로 가는데 20분 등 모두 1시간20분이 걸린다. KTX가 영등포역에 서지 않기 때문이다. 송씨가 KTX 개통 이전 새마을호를 이용할 경우 걸린 시간은 1시간35분이었다. 요금은 20%나 비싸지만 시간은 15분밖에 절약되지 않는다.
또 출근시간대에 대전역에 서는 무궁화호와 새마을호는 거의 없다. 철도청은 예약을 하면 최고 20%까지 운임을 절약할 수 있다고 홍보하지만 송씨는 “언제 기차를 탈 줄 알고 예약을 하느냐”고 항변했다.
서울 남서부의 영등포역 역세권 지역과 천안 대전 등 중부지방을 오가던 승객들이 KTX 개통 이후 오히려 고통을 겪고 있다. 출퇴근 시간대에 천안 대전역에 서는 KTX 열차가 적을뿐더러 새마을호 무궁화호 열차의 운행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대전∼서울간 소요시간이 50분대로 줄어 중부지방이 ‘수도권’에 편입될 것”이라던 철도청과 건설교통부도 이 같은 승객들의 항의에 당황하고 있다.
▽불편해진 서울∼대전 출근=대전역에서 서울행 새마을호 첫차는 오전 9시48분, 무궁화호는 오전 6시와 6시25분에 있다. 그 다음 무궁화호는 오전 9시9분에 있다. 이 때문에 출퇴근 시간대에 새마을호나 무궁화를 이용할 수 없는 승객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KTX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무궁화호는 KTX 개통 이후 정차역이 늘어나 서울까지 20분이 더 걸린다.
출근시간대에 호남선 서대전역에서 출발해 용산역에 서는 KTX 열차는 오전 7시17분 한편밖에 없다. 일반 열차도 오전 6시26분 한 편뿐이다.
▽천안은 더욱 찬밥, 퇴근도 고행길=천안은 더 홀대받고 있다. 출근시간대에 KTX는 서울행 경부선 오전 7시7분과 31분 두 편뿐이며 호남선은 아예 없다. 일반열차는 오전 6시59분 경부선과 7시20분 호남선 무궁화호 두 편뿐.
서울에서 퇴근하기도 쉽지 않다. 오후 6시 이후부터 막차까지 호남선 KTX는 천안아산역에 한 편도 서지 않으며 경부선도 오후 6시 이후 출발하는 11편 가운데 6편밖에 서지 않는다. 일반열차는 오후 6∼8시에 경부선 4편과 호남선 2편 등 모두 6편이 있으나 오후 8∼9시에는 한 편도 없다.
경춘선 경전선 호남선 등 기타 노선도 통일호가 사라지면서 상대적으로 비싸진 운임 때문에 지방에서 열차를 이용해 출퇴근하는 승객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안티KTX’(http://cafe.naver.com/antiktx, cafe.daum.net/antiKTXantiKTX) 등 철도 운행계획을 바꿀 것을 요구하는 인터넷 동호회가 속속 생기고 있다. ▽건교부 개선책=강동석(姜東錫) 건교부 장관은 6일 기자회견을 갖고 “문제점을 바로잡겠다”고 밝혔다.
건교부는 12일부터 일반열차를 경부선에 8회, 호남선에 4회 늘린다. 11일까지 승객 추이를 보고 운행시간을 결정하기로 했다. 정차역 증가로 운행시간이 늘어난 것을 감안해 이날부터 일반열차 운임을 10% 내리기로 했다.
▽건교부 개선책=강동석(姜東錫) 건교부 장관은 6일 기자회견을 갖고 “문제점을 바로잡겠다”고 밝혔다.
건교부는 12일부터 일반열차를 경부선에 8회, 호남선에 4회 늘린다. 11일까지 승객 추이를 보고 운행시간을 결정하기로 했다. 정차역 증가로 운행시간이 늘어난 것을 감안해 이날부터 일반열차 운임을 10% 내리기로 했다.
건교부는 잦은 보조 전원장치 고장 및 역방향 좌석, 장애인 편의시설 부족 등 문제점에 대해서도 해결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또 현재 특실에 2개인 휠체어 이용 장애인석도 5월 말까지 5석으로 늘리고 열차 안에 전용 휠체어를 갖추기로 했다.
나성엽기자 cp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