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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리뷰]관객 기다리는 4, 5월 개봉영화 “잘 차려졌네요”

입력 | 2004-04-07 16:35:00

(왼쪽부터)효자동 이발사, 트로이, 배틀로얄2, 바람의 전설



《‘실미도’에 이어 1000만 관객을 돌파한 ‘태극기 휘날리며’의 뒷심은 어디까지 뻗칠 것인가. 이는 4월 극장가 판도 변화에 강력한 변수다. 4월 중순에서 5월까지의 극장가는 이른바 ‘포스트 태극기’ 자리를 놓고 치열한 싸움이 예상된다. 굵직한 한국 영화들이 잇따라 개봉하고, ‘반지의 제왕-왕의 귀환’ 이후 잠잠했던 할리우드 초대형 블록버스터들도 여기에 맞불을 놓는다. 강렬한 이미지의 일본 영화도 개봉한다. 영화계는 4·15총선이 끝나고 ‘대통령 탄핵 후폭풍’이 잦아들면서 한동안 침체됐던 극장가가 다시 활기를 띨 것이라는 기대 섞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 ‘포스트 태극기’를 노려라

‘바람의 전설’은 ‘제비’가 되기를 거부한 전설적인 춤꾼 박풍식의 이야기를 담은 댄스 영화. 풍식역의 이성재가 자이브, 왈츠, 룸바, 탱고 등 7가지 춤을 능숙하게 추는 장면과 ‘제비’역 김수로의 코믹 연기가 볼거리다. 남녀간 주고받는 ‘느끼한’ 대사들도 감칠맛 난다.

‘범죄의 재구성’은 ‘오션스 일레븐’과 같이 치밀한 짜임새와 빠른 템포, 개성적 캐릭터를 갖춘 할리우드 뺨치는 범죄 스릴러. 불을 뿜듯 대사를 토해내는 박신양과 얼음처럼 차갑고 단단한 카리스마를 발산하는 백윤식의 캐릭터 대결이 볼 만하다. 염정아는 이 영화를 통해 섹시 스타로 완전히 자리 잡았다.

도시무협물을 표방하는 ‘아라한의 장풍 대작전’은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의 류승완 감독이 동생인 배우 류승범과 신인 윤소이를 주연으로 캐스팅해 만든 액션 영화. 평범한 교통순경이 도시에 숨어 사는 도인들을 만나면서 도인 최고 경지인 ‘아라한’이 되려고 고군분투한다.

송강호 문소리 주연의 ‘효자동 이발사’는 가벼운 코미디물일 것이란 예상을 뒤엎는다. 하루아침에 대통령의 이발사가 되는 인생역전, 설사를 하면 간첩으로 낙인찍히는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상황설정을 통해 냉전 바람이 휘몰아치던 암울한 1960, 70년대를 유머와 눈물로 짚어낸다.

홍상수 감독의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는 한 여자와 사귀었던 두 남자가 헤어진 지 7년 만에 여자를 다시 찾아가는 내용을 담았다. 두 남자의 ‘동상이몽’과 이들의 행동을 즐기는 여자의 속마음이 교차된다.

주진모를 주연으로 공형진 임현식 손현주 등 연기파를 내세운 ‘라이어’는 ‘양다리’를 걸친 채 사랑을 나누던 택시운전사의 거짓말이 일파만파를 이루는 좌충우돌 에피소드를 담았다.

○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그리스의 서사시 ‘일리아드’에 바탕을 둔 볼프강 페터슨 감독의 ‘트로이’는 브래드 피트와 에릭 바나를 아킬레우스와 헥토르로 캐스팅해 단연 주목받고 있다.

‘인디펜던스 데이’를 만든 재난 블록버스터 전문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의 ‘투모로우’는 빙하기가 닥친 지구에서 위기에 처한 아들을 구하려는 아버지의 노력을 그린 대형 작품이다.

또 잔혹한 액션과 B급 정서로 화제의 중심에 서온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킬빌 Vol.2’도 개봉된다. 1편에 출연했던 죽음의 간호사 엘이 애꾸눈이 된 사연과 빌의 정체가 드러난다. 1970년대 국내에도 TV 시리즈로 소개되어 인기를 끌었던 형사물 ‘스타스키와 허치’도 영화로 다시 만들어졌다.

비교적 규모는 작지만 벤 에플렉과 리브 타일러가 주연으로 나오는 로맨틱 코미디 ‘저지 걸’은 따뜻한 웃음과 감동을 준다. 뉴욕에서 성공가도를 달리던 남자가 하루아침에 시골 마을 청소차를 모는 신세가 되면서 딸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드루 배리모어와 애덤 샌들러가 ‘웨딩 싱어’ 이후 6년 만에 다시 만난 로맨틱 코미디 ‘첫 키스만 50번째’는 단기 기억 상실증에 걸려 하루 밖에 기억하지 못하는 여자와 순정파 남자의 사랑 이야기를 아기자기하게 그렸다.

○ 일본 영화

‘배틀로얄’의 후카사쿠 긴지 감독이 제작 중 사망해 아들인 후카사쿠 겐타 감독이 완성한 ‘배틀로얄2’는 한층 잔혹한 ‘피의 향연’을 펼친다. 살아남은 나나하라가 어른 세계를 향해 선전포고를 한다. 나나하라를 없애는 학생만이 살아남는 새로운 룰이 생긴다.

‘비밀’ ‘철도원’에 출연했던 히로스에 료코 주연의 ‘연애사진’은 청춘 남녀의 수채화 같은 로맨스를 담았다. 사랑했던 여인의 족적을 좇는 미스터리 형식을 가미했다. 사진을 찍는 것 같은 감각적인 화면과 영상 편집이 돋보인다.

사무라이 집단의 동성애를 다룬 오시마 나기사 감독의 ‘고하토’는 독특한 시각과 유머가 눈길을 끈다.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서로 다른 색깔의 영화 ‘밝은 미래’와 ‘강령’은 같은 날 개봉한다.

○ 기타

‘무간도’ 시리즈의 완결편인 ‘무간도3-종극무간’은 류더화(劉德華) 량자오웨이(梁朝偉) 등 스타군단을 내세운 화제작. 영화의 두 주인공인 유건명과 진영인을 둘러싼 비밀의 정체가 드러난다.

‘피아노’를 연출한 제인 캠피온 감독의 신작 ‘인 더 컷’은 멕 라이언 주연의 스릴러. 연쇄살인사건을 통해 남성성 속에 포위된 여성의 부조리한 성적 욕망을 그려낸다.


이승재기자 sjd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