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포탈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全斗煥) 전 대통령의 차남 재용(在庸)씨는 7일 열린 재판에서 외조부의 자금운용 능력과 전씨의 청렴함을 추켜세워 눈길을 끌었다. 재용씨는 괴자금 167억여원을 관리하면서 세금 74억여원을 포탈한 혐의로 올 2월 구속 기소됐다.
재용씨는 이날 오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부장판사 김문석·金紋奭) 심리로 열린 속행 재판에서 "외조부인 고 이규동씨가 결혼축의금 20억원을 167억여원으로 불려 나에게 줬다"고 기존 주장을 되풀이하면서 이런 주장을 폈다.
그는 "87년 12월 포항제철 박태준(朴泰俊) 회장의 막내딸과 청와대에서 결혼할 당시 아버지가 축의금을 일체 받지 못하도록 지시했다"며 "결혼식에 참석하지 못한 일부 하객들이 외주부에게 축의금을 전달한 것이 167억여원의 시초가 됐다"고 진술했다.
그는 "외조부는 신혼여행에서 돌아온 나에게 축의금 18억3000만원에다 자신의 돈 1억7000만원을 더한 20억원을 건네 어머니와 이를 상의했다"며 "어머니는 '아버지께서 축의금 받은 것을 알면 크게 화내실 테니 감사만 표시하고 되돌려주자'고 했다가 '이왕 받은 것 어쩔 수 없으니 외조부와 상의해 쓰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재용씨는 또 "외조부는 육군 중앙경리단 경리감과 농협중앙회 이사 등을 거치면서 자산 운용 능력이 뛰어났던 분"이라며 "아버지도 군 복무 시절 친가쪽 보다는 같은 군 출신인 외조부를 많이 의지했다"고 말했다. 순수하게 자금을 굴려 20억원을 8배 이상으로 불릴 수 있을 정도로 외조부의 자금운용 능력이 탁월했다는 주장이다.
재용씨 변호인은 당시 축의금을 낸 사람들 중 30여명으로부터 '축의금을 냈다'는 확인서를 재판부에 제출했으나 검찰이 증거에 동의하지 않자 이들 중 4명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다음 재판은 28일 오후 2시.
이태훈기자 jeff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