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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CEO보수 스톡옵션 사라진다…새 회계기준 따라

입력 | 2004-04-07 17:58:00


미국의 AIG는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급여 산정 방식을 바꿔 5월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의 동의를 구할 예정이다.

6일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AIG는 주가와 수익 등을 기준으로 경영 실적의 목표치를 정한 뒤 CEO의 보너스를 실적에 연동시킬 계획이다. 4일에는 독일의 다임러크라이슬러가 스톡옵션(주식매입 선택권) 폐지를 골자로 하는 임원 급여 체계 변경을 추진 중이라는 보도가 있었다.

임직원에 대한 급여 체계를 손질하는 기업이 최근 부쩍 늘었다. 변화의 핵심은 스톡옵션 제도를 폐지하거나 개정하는 것.

도이치텔레콤은 지난달 스톡옵션을 중단하고 실적에 따라 급여를 지급하겠다고 결정했다. IBM은 앞으로 경영진에게 스톡옵션을 부여할 때 행사 가격을 부여 시점의 주가에 비해 최소 10% 높게 책정할 계획이라고 2월 발표했다. 지난해 말 마이크로소프트는 스톡옵션 대신 주식을 성과급으로 주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기업들이 이처럼 스톡옵션 제도를 중심으로 급여 체계에 손을 대는 것은 스톡옵션이 경영 투명성을 해친다는 주주들의 비난이 그치지 않기 때문. 여기에다 미국의 재무회계표준위원회(FASB)가 지난달 31일 스톡옵션을 비용으로 처리하도록 하는 새로운 회계 기준 초안을 발표함으로써 기업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같은 달 19일에는 유럽 기업들에 회계 기준을 제시하는 국제회계표준위원회(IASB)가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새 기준을 따르게 되면 기업들의 순익은 대폭 줄어든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S&P500 상장기업들이 스톡옵션을 비용으로 처리했다면 전체 순익이 지난해는 10.6%, 2002년에는 19.2%, 2001년에는 21.5% 감소했을 것으로 추산했다.

인텔은 이에 대한 대책으로 △임직원에 부여하는 스톡옵션에 대해 매년 주주의 동의를 구하고 △CEO의 경우 회사 실적이 특정 목표치에 이르기까지는 옵션을 행사하지 못하게 하는 등의 보완책을 마련했다. 오라클은 이 회계 기준이 실행될 경우 4만여명의 종업원에게 부여할 예정이던 스톡옵션을 전부 취소할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타격이 큰 것은 그동안 스톡옵션을 무기로 인재를 끌어온 실리콘밸리의 정보기술(IT) 업계. 이들 기업은 “고급 인력 확보가 어려워져 기술 발전이 퇴보할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김현진기자 brigh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