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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공모전 입상자 “모셔갑니다”

입력 | 2004-04-07 18:19:00

신세계 백화점에 입사한 한혜림씨는 공모전 수상경력을 취업에 100% 활용했다. 한씨가 신세계 백화점의 마케팅 및 고객만족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 신세계백화점


《‘일반적인 채용 절차가 어렵다면 다른 길을 찾아라.’

입사원서 제출 후 서류전형, 필기시험 또는 면접 등의 절차를 거치는 방식의 입사는 일반적으로 경쟁률이 100 대 1을 넘는다.

기업으로서는 지원자가 많아 이를 선별하는 데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 부담이 적지 않다. 아울러 신입사원의 업무 능력을 제대로 검증할 기회가 많지 않아 기업들은 일반적인 방식의 채용 비중을 조금씩 낮추고 있다.이런 때일수록 구직자는 출신 학교와 학과보다는 실력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공모전을 노려볼 만하다.

기업들도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업무 능력을 갖춘 우수 인재를

뽑기 위해 공모전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취업의 발판이 된다

한혜림씨(25)는 올해 초 271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신세계에 입사해 주변 사람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았다.

그는 지난해 △소니코리아 공모전 입상 △금강기획 대학생 마케팅 캠프팀 PT 우승 △신세계 유통 프런티어 논문 최우수상 △한국마사회 논문 공모전 입상 등의 영예를 차지했다.

한씨는 “대기업에서 공모전 수상자에게는 서류전형 통과라는 특전을 주기 때문에 공모전에 입상하는 것이 취업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첫 도전부터 공모전에 입상하지는 못했다. 2002년에는 도전했던 모든 공모전에서 탈락하는 쓴맛을 봤다.

“포기하고 싶을 때도 많았습니다. 떨어질 때마다 내가 실력이 없는 것은 아닌가, 취업준비도 안하고 공모전에만 도전하는 게 시간 낭비는 아닌지 혼란스러웠습니다.”

그러나 한씨는 포기하지 않았다. 고객의 마음과 세상의 트렌드를 읽는 마케팅을 꼭 해 보고 싶었고 그 능력을 검증할 수 있는 것이 공모전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계속된 노력은 마침내 결실을 봤고 공모전 연속 입상으로 이어졌다. 한씨가 신세계에 지원했을 때 공모전 입상 경험은 단지 서류전형 통과라는 혜택을 준 것만은 아니었다.

면접관이 그에게 던진 질문은 △윤리경영의 실천방안 △유통업 발전변화 추세에 대한 설명과 대처 방안 △이민 열풍에 대한 견해와 해결 방안 등이었다. 어느 하나도 쉬운 질문은 아니었다.

한씨는 공모전을 준비하면서 이미 신세계백화점의 시장 환경과 상황변화에 대한 정보를 수집했고 생존전략을 스스로 세웠던 경험이 있어 쉽게 통과할 수 있었다.

▽CEO를 경험해 본다

작년 8월 화장품회사인 로레알코리아에 입사한 전현민씨(26)는 로레알 주최 마케팅대회 수상 경력으로 인턴 기회를 얻고 취업까지 했다. 마케팅대회는 로레알의 마케팅 및 광고전략, 신제품 개발 등을 기획하는 것으로 개인이 브랜드 매니저 역할을 해 볼 수 있는 기회다.

전씨는 이 대회에서 2등을 차지했고 인턴 기회를 얻어 새 향수 ‘글로리아’ 출시 업무에 참여했다.

그는 시장 조사를 통해 소비자 반응이 예상에 미치지 못한다는 결과를 얻고 신제품 출시규모를 줄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회사는 이 제안을 수용했다.

전씨는 이후 로레알의 온라인 전략 시뮬레이션대회에 2개월 동안 참여했다. 이 대회는 온라인 공간에서 본인이 최고경영자(CEO)가 되어 가상의 화장품회사를 경영하는 것. 그는 이 대회를 통해 경영자 마인드를 배웠다.

그는 “취업준비뿐 아니라 입사 후에도 많은 도움이 됐다”며 “내 자신이 매니저가 될 수 있다는 잠재력을 회사에 보여 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말했다.

▽산업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

2002년 말 굿모닝신한증권에 입사한 황재수씨(28)는 2001년 증권사에서 실시한 실전투자대회에 참가해 경험을 쌓았다.

그는 2000년 코스닥시장의 거품이 한창일 때 손해를 본 후 철저하게 주식을 연구했다. 주식 관련 TV프로그램을 보고 각종 강연회에도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

황씨는 “주식 모의투자에 많이 도전한 것이 경제흐름을 제대로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됐다”며 “취업에도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헬로잡(www.hellojob.com) 황인태 사장은 “최근 기업이 고객의 수요 파악이나 새로운 마케팅 방법을 찾기 위해 공모전을 자주 열고 있다”며 “경쟁자에 비해 영어 점수나 학력 등이 낮은 구직자는 공모전 입상이 취업의 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두영기자 nirvana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