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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해외 아웃소싱’ 시대…핵심업무만 한국서

입력 | 2004-04-07 18:22:00


‘연구개발과 마케팅은 한국에서, 단순생산은 외국에서.’

한국 조선업계가 꿈꾸는 미래의 모습이다. 과거 선진국의 조선업체도 인건비 상승과 환경오염 등의 문제로 한국을 비롯한 개발도상국에 조선업을 넘겨줬다.

조선 강국으로 부상한 한국도 이제 비슷한 길을 준비하고 있다.

기업의 세계화는 단순히 해외에 지사를 설립해 물건을 파는 것이 아니라 핵심역량은 본국에서 그대로 수행하고 생산과 판매는 해외에 맡기는 형태로 이뤄지고 있다. 생산도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은 본국에서 생산하고 노동력이 많이 필요한 단순 업무는 인건비가 싼 국가로 옮기는 형태다.

▽대우조선해양, 첫 단추를 꿰다=대우조선은 옛 대우그룹의 세계화전략에 따라 1997년 루마니아 국영조선소인 망갈리아를 인수했다. 대우그룹이 해체됐지만 대우조선은 망갈리아 조선소의 구조조정 작업을 통해 생산성을 높였다.

대우조선은 최근 독일 게밥사에서 4550TEU급 컨테이너선 6척(약 3억5000만달러)을 수주했다. 이 가운데 2척은 한국에서, 4척은 루마니아에서 건조하기로 했다.

가장 어려운 설계작업은 한국에서 하고 루마니아에서는 이 도면에 따라 배를 만들게 된다. 감리 역시 파견되는 한국의 엔지니어가 맡는다.

루마니아는 아직 기술력이 낮은 편이어서 대우조선이 한국에서 배 2척을 건조하는 과정에 망갈리아 조선소 직원들이 참여해 현장실습 교육을 받는다.

망갈리아 조선소 생산직 근로자의 월평균 임금은 약 400달러로 대우조선의 7분의 1 수준이다. 근로자의 생산성은 대우조선의 3분의 1 정도다.

대우조선 이상우 홍보IR부장은 “똑같은 선박을 건조할 때 루마니아의 총인건비는 한국의 30∼40%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대우조선은 앞으로 5년간 준비해 중국과 동남아시아 국가에 5, 6개의 생산거점을 확보할 계획이다. 설계와 연구개발, 마케팅, 기술 등 핵심역량은 한국에 남겨두되 생산은 인건비가 싼 외국에서 할 방침이다.

▽삼성중공업, 부품조달부터 시작=삼성중공업은 중국 저장(浙江)성에 닝보(寧波)유한공사를 설립했다.

이 공장에서는 97년부터 연간 6만t 규모의 선박용 블록 등을 생산해 삼성중공업과 일본 등지에 공급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물류비용 등을 감안하더라도 제작비용이 한국보다 싸기 때문에 중국에 공장을 설립했다. 중장기적으로는 대우조선처럼 완성된 배를 만드는 조선소로 육성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대미포조선은 99년 베트남 비나신에 선박수리용 조선소를 설립했다. 비나신 조선소의 2002년 매출액은 약 7000만달러.

선박수리업은 전형적인 노동집약 산업이어서 국내 인건비의 상승에 따라 중국 동남아시아 국가 등과의 가격경쟁에서 밀린다는 이유가 가장 컸다. 그러나 선박수리 영업과 기술개발 등 핵심역량은 아직 한국에 있어 베트남은 저렴한 인건비를 이용하는 생산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


김두영기자 nirvana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