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영기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은 7일 서울 중구 회현동 우리은행 본점 회장실에서 가진 단독 인터뷰에서 시장의 요구에 맞춰 경영하겠다고 강조했다. 박경모기자
황영기(黃永基)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은 7일 서울 중구 회현동 우리은행 본점 23층 회장실에서 가진 단독 인터뷰에서 주주가치 극대화와 기업금융 강화를 강조했다.
자신을 시장이 선택한 사람이라고 강조한 황 회장의 경영철학과 전략을 일문일답으로 소개한다.
―민영화 계획을 밝혀 달라
“우리은행은 재정경제부, 국회, 감사원, 예금보험공사 등 모셔야 할 ‘시어머니’가 너무 많다. 시어머니의 간섭이 싫으면 민영화를 앞당기면 그만이지만 회사의 주주가치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시장이 원하는 것은 민영화가 늦어도 좋으니 일단 주주가치를 올려달라는 것이다. 무리한 민영화보다는 우선 시장의 제대로 된 평가를 받고 싶다.
주주가치 극대화는 공적자금을 투입한 정부에도 이로운 일이다. 현재 주당 9000원이 채 안 되는 주가가 1만7000원까지 오르면 정부는 공적자금을 모두 회수할 수 있다.”
―기업금융을 강화할 방안은 무엇인가.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은행과 기업 모두 서로에 대해 좋지 않은 기억을 가지고 있다. 그 결과 은행들은 손쉬운 개인대출이나 주택금융 대출로 눈을 돌렸다. 하지만 소매금융만으로는 진정한 리딩뱅크가 될 수 없다.
우리은행은 앞으로 기업과 상생(相生)하는 은행이 될 것이다. 무리한 채권회수보다는 경영컨설턴트의 마인드를 가지고 기업 회생 프로그램을 만들 것이다.
구체적으로 은행이 직접 사모투자펀드를 만들어 한계 기업에 투자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투자액을 출자전환해 경영구조를 개선하고 나중에 기업을 공개해서 투자자금을 회수하는 3∼5년짜리 장기프로그램 모델이다. 연말쯤에 2, 3건의 가시적인 성과를 올릴 수 있도록 하겠다.”
―씨티그룹에는 어떻게 맞설 것인가.
“씨티은행의 소매금융 특히 프라이빗뱅킹(PB) 분야는 위협적이지만 가시적 성과를 올리는 데는 5년 이상의 장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오히려 국내 은행들은 씨티은행의 기업금융시장 진출에 긴장해야 한다. 삼성전자나 포스코 등 세계 현지에 지점을 낸 글로벌 기업들에 있어서 전 세계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는 글로벌 은행은 매력적이다. 더 이상 토종자본, 애국심에 호소하는 감성적인 접근 방식으로는 백전백패할 수밖에 없다.
일부에서는 국내 은행의 국제화를 주장하지만 글로벌 경쟁에 처한 국내 금융시장을 지키는 일이 우리에게 더욱 실질적인 국제화다.”
―앞으로 한국 금융시장은 어떻게 될 것으로 보나.
“은행들은 전산화 등 업무처리를 자동화하는 데 엄청난 투자를 해 왔지만 인위적인 인력 감축은 없었다. 구조조정이라는 코스트를 줄이는 방법 대신 노사 협조하에 업무효율화 등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자는 데 노사가 합의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시장 규모는 한정돼 있다. 결국 업무효율화 경쟁에서 지는 은행이 불가피하게 인력구조조정을 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앞으로 국내 금융시장에서는 효율화를 극대화하기 위한 전쟁이 벌어질 것이다.”
―인사시스템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은행, 증권, 투신 등 전략적 인수합병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인사시스템이다. 부임 이후 인사를 하기 위해 인사기록카드를 보고 깜짝 놀랐다. 적어도 부행장이나 단장급 인사라면 인사자료가 충분해야 하는데 거의 갖춰지지 않았다. 하물며 평사원들은 오죽하겠나. 인사시스템은 감사시스템과 함께 회사의 기본적인 인프라다. 개인적 호불호, 청탁에 좌우되는 인사시스템으로는 100년 대계를 세울 수 없다. 임기 내에 반드시 투명하고 객관적인 인사시스템을 구축하겠다.”
신석호기자 kyle@donga.com
김창원기자 chang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