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파업 중인 노동조합의 지침을 어기고 업무에 복귀한 뒤 다른 조합원들에게도 파업 불참을 권유한 조합원을 노조가 제명한 것은 무효라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 서부지법 민사12부(부장판사 안승국·安承國)는 7일 전국금속노동조합 산하 S자동차부품 생산업체에 근무하면서 노조의 지침을 따르지 않고 노조 간부의 형사처벌을 주장했다는 등의 이유로 노조에서 제명당한 박모씨(39) 등 9명이 노조를 상대로 낸 조합원 제명 처분 취소 청구소송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노조는 내부 규약으로 조합원에게 일정한 규제를 가할 수 있으나 이는 노조의 목적 달성에 필요한 합리적 범위 내에서 인정돼야 한다”며 “조합원을 상대로 한 징계권 또한 그 범위 내에서 행사돼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회사 사무실을 무단 점거하고 기물을 훼손하는 등 노조의 불법 행위에 참여하라는 노조의 지침 자체가 위법”이라며 “이런 불법파업에 회의를 느껴 동료들에게 파업 불참을 권유한 것은 위법한 지시에 불응한 것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박씨 등은 노조가 불법파업을 벌이던 2002년 8월 파업에 참여했다가 회사에 복귀하고 조합원의 회사 출입을 저지하는 등 반조직적 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노조에서 제명당하자 지난해 법원에 소송을 냈다.
유재동기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