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가 현대인의 필수품이 되면서 그 기술은 날로 발전하고 있는 데 반해 휴대전화 예절은 퇴보하고 있는 것 같다. 많은 사람이 모이는 버스나 지하철은 물론이고 수업 중인 대학 강의실에서조차 휴대전화가 마구 울려댄다.
강사 활동을 모니터하기 위해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수강하는 서울시립대 내의 시민대학 강의실에 자주 들어가는 편인데, 최근 겪은 일은 황당할 따름이다.
“띠리리∼ 띠리리리∼, 띠리리 띠리리리.”
수업 분위기를 깨며 갑자기 휴대전화 소리가 울렸다. 주위의 따가운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한 학생이 고개를 약간 숙인 채 전화를 받았다. 할 얘기 다 하고 전화를 끊은 그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책을 집어 들었다. 강의실이 다시 잠잠해졌다. 곧이어 지진이 나는 듯한 소리가 났다. 진동 모드의 휴대전화들이 책상 위에서 떠는 소리였다. 신변잡기를 휴대전화상으로 여기저기서 속삭이는 바람에 수업 분위기는 다시 망가졌다.
이번엔 전화 벨소리가 시끄럽게 났지만 아무도 전화를 받지 않았다. 서로 얼굴을 쳐다보면서 “누구냐”며 짜증을 내지만 가방 속에서 벨은 계속 울렸다.
절제되지 않은 휴대전화 사용 때문에 휴대전화의 유용성이 빛을 잃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학교측도 뾰족한 해결책은 없다. 단지 ‘강의실 내 휴대전화 사용금지’라는 벽보를 붙이는 정도다. 이미 굳어진, 잘못된 휴대전화 문화는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지난 수십년간 우리 삶은 경제적 성취에 매달려 왔다. 끊임없는 경쟁 속에서 ‘나만 좋으면 그만’이라는 가치관이 우리 사회를 지배하게 됐고 남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약화됐다. 혹시 자신이 공중도덕 불감증에 걸린 채 이기주의자로 살아가는 사람은 아닌지 스스로를 돌아볼 때가 된 것 같다.
문상배 서울시 공무원·서울 노원구 상계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