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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패션]‘패션 아시아’ 세계를 넘본다

입력 | 2004-04-08 16:02:00

2004~2005 가을 겨울 서울 컬렉션.


아시아 패션계가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미 세계적 패션 도시가 된 도쿄와 서울뿐 아니라 중국의 베이징, 다롄, 홍콩은 실력 있는 외국 디자이너를 유치해 국내 바이어들과 연결시키는 데 힘을 쏟고 있다. 또 싱가포르에서는 메르세데스벤츠 등 외국 기업과 손잡고 아시아의 젊은 디자이너를 발굴하는가 하면 태국 방콕에서는 국민 축제를 방불케 하는 패션 행사를 열었다.

○ 중국과 홍콩

1997년에 시작돼 매년 두 차례씩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중국 패션 위크’는 중국 내 최대 규모.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3일까지 열린 올해 컬렉션에는 1000여개 패션 업체가 참가해 300여개의 패션쇼와 포럼을 열었다.

중국의 대표 디자이너인 장자오다에서부터 주목 받는 신예 디자이너 우수에카이에 이르기까지 세대를 뛰어넘는 디자인들이 선보였다. 여성복의 경우 빨강 파랑 등 강렬한 색상과 에스닉 문양을 활용한 디자인이 주류. ‘패션 차이나’를 외치는 중국은 지난해 10월 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에서 우수에카이, 리앙 지 등 인기 디자이너들이 참가한 패션쇼를 열어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9월에는 다롄시가 16년 역사의 ‘다롄 국제 복장 박람회’를 열 계획. 20여개 국가 400여 브랜드를 초대해 현지 바이어들을 알선한다.

이에 앞서 1월에 열린 제 33회 ‘홍콩 패션 위크’에서는 드레스에 모피 코트를 매치해 섹시함을 살린 홍콩 디자이너 에밀리 정, 청바지에 니트를 매치한 윌리엄 탕 등 젊은 디자이너들의 활약이 눈부셨다. 홍콩 패션디자이너협회 캐빈 양 회장은 “중국인 취향에 맞는 콘셉트를 파악하는 것이 중국 시장 공략의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 태국과 싱가포르

태국 정부는 2월 ‘방콕 패션 시티 광상곡’이라는 이름의 행사를 올해 처음 열었다.

80여개 패션 브랜드와 600여명의 모델, 의상 디자인과가 개설된 거의 모든 대학이 참여했고 노키아, 하이네켄 등이 후원했다. 여기서 나타난 패션 트렌드는 귀여움 속에 섹시함을 강조하는 것. 프릴이나 스팽글 장식의 슬리브리스 저지 톱에 진 소재의 핫팬츠 또는 미니스커트를 입는 식이다.

이 행사의 메인이벤트는 도심 1.5km 거리를 수놓은 패션 퍼레이드. 컨테이너를 개조한 차 위에서 열린 패션쇼가 장관이었다. 행사를 관람한 동덕여대 의상디자인과 간호섭 교수는 “탁신 시나왓 총리가 여러 번 행사에 참여할 정도로 패션쇼를 키우려는 정부의 의지가 강했다”고 평가했다.

한편 4∼6일 열린 싱가포르 ‘메르세데스벤츠 아시아 패션 어워드’는 아시아의 젊은 디자이너들을 발굴한다는 취지의 패션쇼. 국내에서는 ‘앤지 앤드 컴’의 신예 디자이너 이영지씨(34)가 초청을 받아 참가했다.

○ 국내 컬렉션

2∼6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04∼2005 가을 겨울 서울 컬렉션은 그동안 서울시와 산업자원부가 주도했던 관 주도의 성격을 벗고 디자이너들이 중심이 된 서울 컬렉션위크 조직위원회가 의욕적으로 활동했다.

프랑스 파리에서 호평을 얻고 있는 지해와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쇼룸을 운영하는 이유미·조항균 부부,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활동하는 박애란 등 해외파의 참가가 주목할 만했다. 신인 디자이너 두 세 명이 함께 선보이는 조인트 쇼도 다수 마련됐다.

패션에 대한 관심 증가로 학생과 회사원 관람객이 눈에 띄게 늘어난 것도 특징. 회당 7000원의 입장료를 낸 유료 관람객은 호응이 좋은 쇼에는 300여명이 몰리기도 했다.

이번 컬렉션에 나타난 트렌드는 과거로의 회귀. 지춘희는 1920년대 독일 여배우 마를렌 디트리히의 복고풍 스타일을 재현했고 강희숙은 1930년대 빨강과 검정의 아르데코 스타일을 선보였다.

서울컬렉션과는 별도로 서울패션아티스트협의회(SFAA)가 주최하는 SFAA 컬렉션이 16∼18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서울무역전시장에서 열린다. 이 컬렉션에서는 노승은 송자인 이주영 등 어머니 디자이너의 뒤를 잇는 30, 40대 젊은 디자이너들의 활약이 기대된다.

베이징=김선미기자 kimsun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