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스타일/푸드]마이 웰빙/초밥전문점 ‘스시효’ 안효주 사장

입력 | 2004-04-08 16:10:00


○ 日만화 ‘미스터 초밥왕’ 모델

안효주(46). 그에게는 늘 ‘초밥왕’이라는 이름이 따라다닌다. 일본 만화 ‘미스터 초밥왕’에 나오는 한국인 초밥요리사의 모델이 된 것이 계기다.

그러나 그가 단순히 만화책에 등장했다고 해서 왕으로 불리는 것은 아니다. 초밥을 만들 때 손에 쥔 밥알의 개수까지 맞히는 ‘묘기’ 때문도, 초밥 종주국 일본에서 그의 이름을 듣고 손님들이 찾아와서도 아니다.

그의 요리에는 먹는 사람을 향한 마음이 담겼기 때문이다. ‘잘 먹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 엄중함을 잘 알기 때문이다.

“음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요리하는 사람의 마음입니다. 잔뜩 화가 난 마음으로 요리를 하면 손끝에서 독이 나옵니다. 음식은 사람 입으로 들어가는 것인데, 독이 묻으면 되겠습니까.” 요리 앞에서는 늘 ‘정갈한 마음’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화가 나면 칼을 잡지 않는 것을 철칙으로 삼고 있다.

초밥은 무엇보다 요리사와 손님 사이의 교감이 중요하다. 원칙적으로 초밥은 손으로 먹는 것이 예의다. 요리사가 손으로 만든 것을 손으로 먹으면서 ‘마음’을 나눈다는 것이다.

그는 초밥 요리사답게 요리에서 위생을 가장 중요하게 친다. 초밥은 대부분의 재료가 날 것 그대로 입에 들어가기 때문에 어떤 요리보다도 재료와 조리환경이 깨끗해야 한다는 것.“매일같이 주방을 깨끗이 쓸고 닦고, 손을 열심히 씻고, 재료의 질을 꼼꼼히 살피다보면 요리에 정성스러운 마음이 됩니다. 정성은 자연히 맛있는 음식으로 연결되게 마련이죠.”

안효주 사장에게 초밥은 '정복의 대상'이다. 그의 초밥은 단순한 손놀림 끝에 쉽게 탄생한 듯 보이지만 밥을 짓는 데만도 2시간이 넘을 정도로 정성과 노력을 기울여 나오는 '작품'이다. 이종승기자

그가 주장하는 위생·정성·맛의 ‘삼위일체론’이다. 정갈한 마음은 좋은 요리라는 결과물로 나타난다. 지난해 신라호텔 일식당 주방장을 그만두고 초밥전문점 ‘스시 효’(02-545-0023)를 내면서 그는 전 직원에게 손톱깎이를 선물로 나눠주기도 했다.

재료도 무척이나 까다롭게 고른다. 아침 시장에 나가 재료가 좋지 않으면 아예 사지 않는다. 손님에게는 “재료가 없어 구입하지 못했다”면서 팔지 않는다. 갖고 있는 재료도 선도가 떨어지면 미련 없이 버린다. 아깝다고 해서 손님에게 먹이면 손님의 성에 차지 않고, 손님의 실망은 곧 더 큰 손실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 “연구할수록 새로운 도전”

초밥에 쓰는 식초와 소금, 생선을 보관하는 나무 박스는 모두 일본에서 수입했다. 소금은 특히 3년 동안 가마니에 넣어 간수를 빼 짠 맛은 적고, 단 맛은 많은 최상품을 쓴다.

남들이 ‘초밥왕’ ‘초밥의 달인’이라고 부르기를 서슴지 않는 그이지만 정작 자신에게 초밥은 끝이 보이지 않는 ‘정복의 대상’일 뿐이다. “초밥은 연구하면 할수록 새로운 도전이 생깁니다. 그래서 퓨전이란 건 생각도 못해요. 전통초밥도 아직 완성을 못했는데….”

이제 자신의 초밥집을 낸 지 4달째. 그는 예전의 경력을 모두 지웠다. “명성을 얻은 것은 모두 신라호텔이란 간판 때문이었다고 생각해요. 처음 칼을 잡는 평범한 주방장의 마음으로 초밥을 만들고 있습니다.” 힘이 남아 있는 한 칼을 쥐겠다는 그의 꿈은 한국이 아닌 세계 최고의 식당을 만드는 것이다.

곽민영기자 havefun@donga.com

▼안 사장이 추천하는 웰빙요리▼

최근 웰빙 바람이 불면서 생선 위주로 양념이 거의 들어가지 않는 일식 요리가 각광을 받고 있다. 안 사장은 그 가운데서도 두부와 전어초밥, 고등어 초밥을 웰빙 요리로 추천했다.

두부는 삶아서 간장에 찍어 먹는 정도면 족하다. 간장은 실파와 생강 정도로만 양념한다. 전어와 고등어는 대표적인 등푸른 생선. 등푸른 생선은 콜레스테롤을 녹이는 효과가 있고, DHA 성분이 많다. 안 사장은 전어·고등어 초밥에 맛을 들이면 다른 초밥은 ‘싱거워서’ 먹지 못한다고 말한다. 이 맛을 알 정도가 되면 미식가로서 최고봉에 오른 것으로 친다는 것.

웰빙에 대한 생각을 묻자 안 사장은 “정도만 넘지 않으면 모든 것은 이롭다”면서 음식도 중용을 지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충고한다. 특정 음식이 좋지 않다고 무조건 안 먹으면 오히려 해롭다는 것. 그는 “먹고 싶은 것을 적당한 선에서 먹고 사는 게 웰빙”이라고 말한다.

안 사장 본인은 한식, 그 중에서도 된장찌개와 나물 정도로 차린 소박한 밥상을 좋아한다. 고기는 많이 먹지 않는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