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경기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대심리가 지난해 10월 이후 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정부나 한국은행은 “경기가 회복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어 현장 체감경기와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겨울잠에서 깨지 못한 소비심리=통계청이 8일 내놓은 ‘3월 소비자 전망 조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6개월 후의 경기, 생활형편, 소비 지출 등에 대한 소비자심리를 나타내는 소비자기대지수는 94.4로 2월(96.3)보다 1.9포인트 떨어졌다. 이는 1월(98.0) 이후 2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으며 지난해 10월(91.5) 이후 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소비자기대지수가 100을 밑돌면 6개월 후의 경기, 생활 형편 등을 현재보다 긍정적으로 보는 가구보다 부정적으로 보는 가구가 많고 100보다 높으면 그 반대다.
6개월 전과 비교해 현재의 경기, 생활 형편 등에 대한 소비자들의 평가를 나타내는 소비자평가지수도 68.5로 지난해 11월(68.4) 이후 4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낮아졌다.
삼성경제연구소 홍순영(洪淳英) 경제동향실장은 “탄핵 정국과 유가 불안 등 불확실성 때문에 소비심리가 나빠진 것 같다”며 “15일에 있을 총선도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이 될 수 있는 만큼 소비심리 회복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백화점협회장인 하원만(河元萬) 현대백화점 사장도 “정국이 불안정하기 때문에 내수 경기가 올해 말까지 좋아질 것 같지는 않다”고 전망했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벌써 봄=박승(朴昇) 한은 총재는 8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국내 경기가 침체의 터널을 빠져나왔다”며 올해 경제성장률이 당초 전망보다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박 총재는 이 자리에서 “수출이 호조를 보이면서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도 당초 전망치인 5.2%보다 다소 높아져 5.2∼6%가 될 것”이라며 “1·4분기 성장률은 5% 안팎이며 체감경기도 2·4분기부터는 풀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설비투자가 상승세로 돌아서고 2월 전년 동월대비 취업자수가 51만명이나 늘어나는 등 내수 회복의 기미가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헌재(李憲宰)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도 2일 정례 브리핑에서 “1·4분기 경제운영 결과를 놓고 볼 때 한국 경제가 회복 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며 “2·4분기 후반이나 하반기부터 투자와 고용, 소비도 개선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송진흡기자 jinhup@donga.com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정재윤기자 jaeyu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