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직원의 400억원 횡령 사건을 조사하고 있는 금융감독원은 8일 옛 우리신용카드의 박모 과장(36)과 오모 대리(32) 등 용의자 3명이 400억원의 회사 돈을 빼돌려 350억원을 선물(先物) 및 옵션 투자로 날린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경찰은 박 과장 등 용의자들이 6일 오후 2시반 항공편으로 중국 상하이(上海)로 출국한 사실을 밝혀내고 인터폴에 수사 협조를 요청했다.
이번 사건은 금융회사 임직원이 저지른 단일 금융사고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 특히 금융회사 직원들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가 심각함이 드러나 금융기관의 신뢰에 큰 타격을 입게 됐다.
우리신용카드를 합병한 우리은행은 이번 사건으로 대규모 손실이 불가피해졌으며 관련 책임자들에 대한 문책 인사를 단행할 전망이다.
▽금감원과 경찰 수사 속보=경찰에 따르면 박 과장과 오 대리는 지난해 12월 우리신용카드 법인계좌를 새로 만들어 기존 법인계좌에 있던 돈을 빼돌린 뒤 다시 오 대리의 중학교 동창인 용의자 김모씨(32)의 계좌에 이체하는 수법을 사용했다.
이런 방법으로 김씨 계좌에는 지난해 12월 46억원, 올해 1월 54억원, 2월 47억원, 지난달 53억원과 200억원 등 총 5차례에 걸쳐 우리신용카드 회사 돈 400억원이 입금됐다.
신의용 금융감독원 비은행검사2국 상시감시1팀장은 “이 돈은 한 증권사 계좌를 통해 선물 옵션에 투자됐으며 350억원의 손실이 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은 박 과장 등이 회사 돈을 투자하다가 손실이 계속 커지자 더 많은 회사 돈을 횡령하게 된 것으로 추정했다.
▽대규모 문책 인사 불가피=신 팀장은 “금융회사의 돈이 움직일 때에는 상하 또는 수평적인 더블체크가 이뤄지지만 우리신용카드에서는 규정에 있는 내부통제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당시 박 과장과 오 대리의 보고 라인에 있었던 현 우리은행 간부들에 대해 대규모 문책 인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우리신용카드는 지난달 31일 우리은행에 합병됐다.
특히 우리신용카드는 합병을 앞두고 금융사고 예방을 위한 특별검사까지 실시했으나 이상 징후를 포착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우리은행 역시 지난해 12월부터 지난달 31일까지 4개월 동안 우리신용카드를 실사하고 ‘합병추진위원회’를 통해 합병작업을 진행하는 동안 범행 사실을 밝혀내지 못한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우리은행 홍보실 김기린 차장은 “우리신용카드에 대한 실사는 지난해 말 현재 자산과 부채에 대해 이뤄졌으며 400억원은 올해 1월부터 인출됐다”고 말했다.
신석호기자 kyle@donga.com
정원수기자 need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