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현역 및 제대사병의 15.4%가 성폭력이나 성추행 피해 경험이 있으며 24.7%가 이런 사실을 전해 듣거나 본 경우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김창국)는 8일 서울 중구 을지로 인권위 배움터에서 이 같은 내용의 ‘군대 내 성폭력 현황 실태조사’를 발표했다. 인권위는 “지난해 10월부터 4개월간 육군현역 및 제대사병 671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하고 성폭력 가해자와 피해자 군법무관 의무관들을 인터뷰한 결과”라고 밝혔다.
이 조사에 따르면 피해유형으로는 170건 중 ‘포옹’이 70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신체접촉 57건 △성기 만지기 22건 △키스 16건 △성기삽입 및 신체애무 강요 4건 △자위행위 강요 1건 등으로 나타났다.
또 응답자 667명 중 성경험을 말하도록 강요받은 사람이 218명(32.7%)이었으며, 135명(20.2%)이 신체 비하나 놀림을 받았다고 답했다.
게다가 조사에 응한 가해자(48명) 가운데 피해 경험을 가진 사람이 39명으로 81.7%에 달해 군대 내의 성폭력이 악순환의 성향을 띠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피해자 103명은 △‘수시로 당했다’ 30.1%(31명) △‘5∼6회’ 12.6%(13명) △‘2∼4회’ 40.8%(42명) 등으로 피해자의 80% 이상이 성폭력을 반복적으로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해자는 선임병이 71.7%로 가장 많았고 부사관(7.0%) 장교(3.1%) 등이 뒤를 이어 계급을 기반으로 강제적으로 저질러지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장소는 내무반 샤워실 행정사무실 연병장 등 다양했다.
또 피해를 당하고 직접 신고한 경우는 87건 중 4건(4.4%)밖에 되지 않았다. 피해자들은 신고하지 않은 이유로 ‘으레 있는 일이라 문제가 되지 않아서(64.0%)’, ‘상관에게 보고해도 소용이 없어서(16%)’라고 답해 군의 처리절차를 불신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인권위의 김선민 인권연구담당관은 “성폭력 피해자들은 여성이나 후임병에게 강제적으로 성적 접촉을 시도하거나 동성애자 혐오, 남성 정체성에 대한 회의 등을 겪는 것으로 나타나 이에 대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양환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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