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아난총장 아들 후세인 시절 식량지원 이권개입

입력 | 2004-04-08 19:06:00


이라크 재건에 암초가 나타났다.

민생 지원에 유엔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지만 정작 유엔이 사담 후세인 정권 시절 주도했던 식량지원 프로그램에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의 아들이 개입, 이권을 챙긴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새 이라크 결의안을 이끌어내야 할 미국과, 아들의 스캔들을 막으려는 아난 총장과의 관계 변화가 주목된다.

▽식량 프로그램 비리=유엔은 1991년 걸프전부터 이라크에 경제제재 조치를 취했다. 이로 인해 식량과 의약품 등 생필품이 동이 나 이라크 국민들이 고통을 겪자 안보리는 96년 ‘석유-식량 프로그램’을 승인했다.

이라크 석유를 판 대금으로 생필품을 구입해 배급하는 방안이었다.

그러나 석유 구매자를 후세인 정부가 고를 수 있도록 해 비리의 단초를 제공했다. 후세인 정권의 실력자들과 연줄이 닿은 외국기업들이 원유 구입권을 받아갔다. 후세인 정부는 배럴당 0.25∼0.30달러의 웃돈을 요구해 챙겼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8일 후세인 정부가 이 방식으로 100억달러(약 11조원)의 부당한 수입을 챙긴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2002년까지 이 프로그램을 통한 석유 판매금은 670억달러(약 77조원)에 이른다.

▽‘코피 게이트’ 가능성=유엔 사무국은 이라크 석유 판매 및 생필품 배급계획을 승인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맡았다. 그러나 후세인 정권이 판매대금에 웃돈을 요구하는 상황을 막지 못해 미국과 영국 등의 불만을 샀다.

더구나 98년 12월까지 아난 총장의 아들 코조에게 보수를 지급했던 스위스의 한 업체가 유엔의 감시업무를 수주한 사실이 최근 드러났다. 유엔 안보리가 관리감독을 하라고 파견한 직원 및 전문가들도 돈을 챙겼을 것이라는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

프랑스 러시아 중국 업체들이 석유 구매 및 식량공급 계약의 75%를 독식한 것도 의구심을 불러일으키는 또 다른 원인이다.

아난 총장은 1월 이라크 현지신문이 최초로 의혹을 제기했을 때 “조사할 권한이 없다”며 외면했다가 미 언론의 비판 수위가 높아지자 최근 조사위원회를 가동했다. 미 상하원도 관련 청문회를 열어 진상 파악에 나섰다.

뉴욕타임스는 “미국과 유엔의 관계가 개선되고 있을 때 비리의혹이 터졌다”며 “유엔 조사위원회가 안보리의 입김을 받지 않아야 결과를 신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진기자 lee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