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총선의 최대승부처로 꼽히는 수도권 가운데서도 서남부 신도시벨트는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이 사활을 걸고 격전을 치르고 있는 또 하나의 ‘혈전(血戰)지대’다. 고양 부천 광명 안양 과천 성남 등을 중심으로 하는 이들 수도권 서남부 신도시들은 개발바람을 타고 중산층과 젊은 샐러리맨들의 밀집거주 지역으로 변모하면서 오히려 서울지역의 표심 변화의 진원지 역할을 하고 있다. 》
▽전체 판세와 전망=탄핵역풍이 전국을 강타했던 지난달 말까지 이들 신도시지역에서도 열린우리당 후보들이 20% 가까운 격차를 보이며 한나라당 후보를 압도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격차가 대체로 한자릿수 이내로 좁혀지면서 인접한 서울의 송파 강남 서초 관악 강서 양천 영등포 은평 등지의 풍향변화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 각 당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이들 서남부 신도시의 18개 선거구 가운데 5곳은 열린우리당 후보가 우세를 보이고 있다는 데 양당의 분석이 일치했다. 그러나 나머지 13곳은 양측이 서로 우세를 주장하거나 한쪽은 우세, 한쪽은 경합으로 분류해 확실한 우열이 가려지지 않는 혼전 양상이다.
한나라당은 9일 △성남 분당갑, 부천 소사, 과천-의왕 등 3곳은 우세로 △성남 분당을, 안양 동안을, 광명을 등 6곳은 경합 우세로 △안양 동안갑, 부천 원미을 등 5곳은 경합 열세로 △성남 수정, 중원 등 5곳은 열세 지역으로 분류했다.
반면 열린우리당은 △안양 만안, 부천 오정 등 10곳을 우세로 △성남 분당을, 고양 일산갑 등 4곳을 경합우세로 △성남 분당갑, 부천 소사 등 4곳을 경합 열세로 평가했다.
그러나 아직도 수도권 표심의 유동성이 높아 막판까지 쉽게 승부를 예측하기 어려운 분위기다. 이에 따라 열린우리당 후보와 지지층이 상당부분 겹치는 민주당 후보들이 얼마나 표를 잠식할 것이냐에 따라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 경합지역 후보간의 당락이 엇갈릴 가능성이 높다.
한나라당의 핵심관계자는 “충청권 출신들이 열린우리당 지지성향에서 큰 변화를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민주당 후보들이 10%이상 얻어주면 상당수 접전지역에서 무더기 역전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나라, 전통적 지지층 많은 남부 벨트 강세=한나라당 후보들이 강세를 띤 곳은 전통적으로 당 지지도가 높은 서울 남부 신도시와 후보 개인의 탄탄한 지역기반이 돋보인 지역이었다. 전통적인 한나라당 지지층이 서울 강남 서초 양천갑 등 중심으로 결집하는 것과 인근 남부 신도시들이 열린우리당의 일방적 우세에서 경합지역으로 속속 변하고 있는 양상은 같은 맥락이라고 양당 관계자들은 진단했다.
특히 서울 강남권과 정서가 같은 성남 분당의 경우 열린우리당 허운나(許雲那) 후보가 경합우세를 보였던 분당갑이 한나라당 고흥길(高興吉) 후보의 우세로 돌아섰고, 열린우리당 우세지역이었던 분당을도 경합으로 바뀌는 등 기류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성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층이 많았던 수정과 중원의 구시가지에서는 열린우리당 후보들이 우세를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성남 중원의 경우 조성준(趙誠俊) 의원이 민주당을 탈당해 열린우리당으로 옮긴 뒤 비례대표 후보마저 낙마된 데 대해 유권자의 30%를 차지하는 호남출신 유권자들이 반발, 민주당 김태식(金台植) 후보 쪽으로 결집하고 있어 호남표가 막판에 어떻게 정리가 될지가 관심사다.
안양은 역대 선거에서 여야의 균형이 비교적 팽팽하게 이뤄지던 지역이다. 아래 수원의 보수적인 바람과 서울 남부의 민주당 선호성향이 맞부닥치면서 독특한 민심이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안양 3개 선거구중 안양만안은 열린우리당 이종걸(李鍾杰) 후보가 우세하다는 게 양당의 공통된 평가다.
그러나 안양 동안을에서 재선 고지에 도전하는 한나라당 심재철(沈在哲) 후보는 탄탄한 지역기반을 앞세워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민주당 전통 강한 서부벨트, 열린우리당 강세=일산은 강남권 영향 하에 있는 분당과는 달리 2000년 16대 총선에서 민주당이 전 지역을 석권하는 등 민주당 강세지역이었다. 그러나 탄핵가결 직후와는 달리 최근들어 ‘노풍(老風)’과 ‘박근혜(朴槿惠) 바람’에 힘입어 한나라당 후보들이 상승세를 타고 박빙의 접전을 벌이고 있다.
특히 한나라당세가 상대적으로 강한 일산갑·을에서 한나라당은 국회부의장을 지낸 홍사덕(洪思德) 후보와 재선의 김영선(金映宣) 의원이 인물론을 앞세워 국면 반전을 노리고 있다.
최대 관심지역인 일산갑은 ‘일산의 강남’으로 불릴 정도로 중산층 밀집지역. 이 지역에서는 열린우리당 한명숙(韓明淑) 후보가 큰 차이로 홍사덕 후보를 앞서갔으나 최근들어 경합으로 바뀌고 있다.
그러나 서민층이 많이 살고 있는 고양덕양갑은 열린우리당 유시민(柳時敏) 후보의 우세가 이어지고 있고, 일산의 서민층 최다 밀집지역인 고양덕양을 역시 같은 당 최성(崔星) 후보가 오차범위내에서 앞선 가운데 4년동안 지역을 다져온 한나라당 김용수(金龍洙) 후보와 접전을 벌이고 있다.
부천은 전통적으로 호남과 충청지역 출신 유권자들이 많아 민주당쪽 정서가 강했던 지역. 부천 원미갑과 원미을, 부천 오정은 대체로 열린우리당 후보들이 앞서고 있으나 부천 소사는 열린우리당 김만수(金晩洙) 후보와 한나라당 김문수(金文洙) 후보간에 치열한 경합이 계속되다 김만수 후보가 최근 경합 열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서민층이 많은 광명갑은 열린우리당 이원영(李源榮) 후보가 다소 우세하고 중산층이 많은 광명을은 한나라당 전재희(全在姬) 후보와 열린우리당 양기대(梁基大) 후보가 치열한 접전을 벌이는 양상이다.
윤영찬기자 yyc11@donga.com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