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간 선거비용으로 20만원밖에 안 썼다니…. 후보와 선거운동원 몇 명이 4000∼5000원짜리 밥을 세끼 사먹은 것 외에는 비용 지출이 전무하다네요. 이걸 믿어야 합니까.”
9일 인터넷을 통해 각 후보의 선거비용 일일 공개 상황을 점검하던 전북도선관위의 한 관계자는 기자에게 관련 사이트 모니터 화면을 보여주며 혀를 찼다.
‘선거비용 일일 공개’는 이번 총선에 처음 도입된 제도. 선관위는 후보 등록 때 선거비용 명세를 매일 인터넷에 공개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준법서약서를 모든 후보에게서 받았다. 그런 만큼 이 제도가 깨끗한 선거를 앞당기는 ‘히든카드’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강제가 아닌, 권고사항이다 보니 후보들이 이를 외면하고 있는 것. 선관위측은 “비용을 줄여 올리는 후보가 상당수이고 아예 공개를 하지 않는 후보도 수두룩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북 전주 완산갑의 A후보는 “매일 비용을 계산하기도 쉽지 않은 데다 회계장부와 차이가 나면 공연한 오해를 살 우려도 있다. 비용 일일 공개는 정직하게 올리는 쪽만 바보소리 듣기 딱 좋은 제도”라고 말했다. 부안-고창의 B후보는 “돈에 관한 한 감추고 싶은 대목이 아직 많은 게 현실”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결과적으로 유권자들만 헷갈리게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주 풍남문 부근에서 한 후보의 길거리 유세를 지켜보던 김영아씨(22·대학생)는 “비용 공개를 강제사항으로 해 확실히 비용을 공개토록 해야지 지금 같은 방식은 유권자들에게 혼란만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주=김동원기자 davis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