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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룡의 부부클리닉]의도를 밝히고 말하면 오해 풀려

입력 | 2004-04-11 17:26:00


《정신의학자들은 이혼 부부의 상당수가 여전히 서로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오해와 불신, 원망이 풀리지 않아 어쩔 수 없이 파국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국내 처음으로 미국에서 부부클리닉을 전공한 박수룡 원장이 접한 부부 갈등의 유형과 해결책을 매주 연재한다. 》

결혼 2년차 부부가 지속된 불화로 진료실을 찾아왔다. 이혼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던 이들은 진료실에서도 서로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다투려했다.

아내는 남편의 말하는 습관이 견딜 수 없다고 했다. 결혼 직후 남편이 자신에게 비속어나 욕설을 섞어 말하는 것에 놀랐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그냥 넘어갔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남편이 자신을 무시하는 것으로 느껴져 한마디도 지고 싶지 않았다는 것이다. 점점 부부의 대화가 줄어들고 짜증만 늘어났다.

남편에게 왜 그런 말을 쓰는 지 물었다. 남편은 쑥스러워하면서 “아내와 좀 더 편안해 지려고 친구들 사이에 쓰던 말투를 그대로 사용했다”고 대답했다. 아내에게 그런 남편의 의도를 알고 있었는지 물었다. 아내는 “전혀 몰랐으며 오히려 어렸을 때 부모가 서로 욕설을 하며 싸우던 기억이 나 불안해졌다”고 말했다.

아내에게 남편이 욕설을 하는 대신 어떻게 말해주기를 바라는 지를 물었다. 아내는 “그냥 이름을 부르거나 누구 엄마라고 불러주면 충분하다”고 대답했다.

이 부부는 그동안 서로의 생각을 알지 못한 채 그저 참거나 싸우는 방식을 택했던 것이다. 결국 상대방에 대한 실망과 원망만 가진 채 해결점을 찾으려 하지 않은 것이다. 다행히 이 부부는 첫 면담에서 서로의 의도를 이해하게 됐다. 이후 자신의 의도를 솔직하게 표현하고 상대방의 기대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훈련을 받은 뒤 원래의 상태로 돌아갈 수 있었다.

오랜 갈등을 겪어온 부부 문제도 의외로 쉽게 해결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무거운 바위도 적절한 지렛대를 사용하면 손쉽게 움직일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의 원리다.

이 부부뿐 아니라 대부분의 부부가 자신은 물론 배우자의 행복을 바란다. 따라서 긍정적인 사고와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인다면 웬만한 어려움은 해결할 수 있다.

신경정신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