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교통방송본부 2층 교통정보센터에서 고참 리포터 3인이 만나 교통방송 리포터로서의 보람과 애환을 털어놨다. 왼쪽부터 박영지 김미정 박경화씨. -전영한기자
방송 5분 전. 모니터 옆 숫자 버튼을 눌러가며 서울 시내 주요도로의 폐쇄회로(CC)TV를 확인한다. 한 화면을 보는 데 걸리는 시간은 1, 2초. CCTV 200여대의 화면을 다 훑어보는데 3분이 걸리지 않는다.
손에 든 원고를 본다. ‘올, 공, 영∼반, 20’. ‘올림픽대로 공항 쪽으로 영동대교에서 반포대교까지 20km안팎 속도’라는 뜻이다.
1분 남짓한 리포팅이 끝나고 나서야 비로소 입 안에 고인 침을 삼킬 수 있다. 다음 방송은 30분 후.
교통방송 리포터 39명 중 최고참급인 김미정씨(30·경력 7년)가 TBS 2층 교통정보센터에서 일하는 모습이다.
서울지방경찰청 상황실의 박영지(30·경력 6년), 박경화씨(28·경력 5년)가 일하는 모습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른 점이 있다면 서울경찰청의 경우 모니터가 멀리 떨어져 있어 망원경을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눈이 쉽게 피로해진다는 것.
그 외에 4교대를 하며 생활리듬이 깨진다거나 수시로 시계를 보는 버릇이 생긴다거나 하는 직업병은 똑같다.
그러나 힘든 만큼 보람도 크다. 문자메시지로 감사하다는 말이 들어올 때면 피로가 싹 가신다고. 야근을 마치면 통신원으로 봉사하는 택시 기사들이 서울경찰청 앞에서 기다리다가 집까지 데려다 줄 때도 있다고 한다.
이들은 서울의 교통문제를 가장 가까이서 관찰하고 기록하는 증인이기도 하다.
“5년 전에 비해 요일 특성이 사라지는 것을 느낍니다. 과거에는 목요일이 한산했는데 이제는 한산한 날이 없어요.”(박영지 리포터)
“시 외곽으로 이어지는 길 입구가 출퇴근시간에 막히는 것도 최근 뚜렷해진 경향입니다. 분당∼수서간 도시고속화도로나 일산 쪽에서 오는 차량이 많은 자유로, 강변북로의 정체정도가 뚜렷해졌어요.”(박경화 리포터)
“도심정체의 가장 큰 변수는 집회인데 요즘은 질서를 잘 지킵니다.”(김미정 리포터)
주5일 근무의 여파로 토요일 오전 교통량이 눈에 띄게 줄어든 것도 최근에 나타난 현상. 이들은 또 청계천 복원공사와 서울시청 앞 광장 조성 때문에 교통 정체가 심해질 것으로 예상했으나 의외로 영향이 적다고 말했다.
교통방송은 앞으로 교통정보를 10분 단위로 제공할 방침이기 때문에 리포터들의 직업병도 더 심해질 것 같다.
이들이 청취자에게 하고 싶은 말은 교통질서에 대한 당부였다.
“모니터로 보면 한두 분이 교차로에서 꼬리 물기를 하거나 진출로에서 끼어들기를 하는 결과가 어떤 건지 금방 알 수 있거든요.”
올해 TBS 연중 캠페인 구호는 ‘느린 만큼 빨라집니다’이다.
장강명기자 tesomi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