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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훌훌 털고 다시 출발” 30년 농구현역 마감 허재

입력 | 2004-04-11 18:24:00


‘농구 천재’ 허재(39·TG삼보·사진). 10일 원주에서 열린 KCC와의 챔피언결정전 7차전을 끝으로 30년 농구 인생을 마감했다. 경기에 앞서 자신의 등번호 9번에 대한 영구결번식도 가졌다. 이 자리에서 허재는 “손가락이 열개이듯 숫자 10은 완전을 뜻한다. 내 백넘버 9번은 모자란 하나를 채우라는 의미가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허재는 이날 ‘베스트5’로 코트에 나서 힘을 다 쏟아 부었지만 자신의 말대로 ‘부족한 하나’는 끝내 채워지지 않았다. 경기 막판 승부가 KCC로 기울면서 허재는 패배를 인정하고 싶지 않은 듯 종료 버저가 울리기도 전에 벤치를 떠나 라커룸에서 긴 담배 연기를 뿜어냈다.

하지만 허재는 이날 밤 회식이 끝난 뒤 떠나는 선배에게 우승반지를 안겨주지 못해 미안해하는 후배들로부터 작별의 헹가래를 받고는 굳었던 표정을 풀었다.

“이렇게 끝나는구나 싶어 속이 상했습니다. 그러나 과거는 과거일 뿐입니다. 훌훌 털어버리고 다시 출발해야죠.”

10세 때인 상명초등학교 4학년 때(1975년) 처음 농구공을 잡은 이후 불혹의 나이를 바라볼 때까지 코트를 지킨 허재. 앞으로 그는 지도자로서 새로운 길을 걷는다. 우선 이달 말 국내 농구 스타들이 모두 출전하는 은퇴경기를 치른 뒤 다음달 미국프로농구(NBA) 또는 대학팀으로 2년 정도 농구 유학을 떠날 계획. 특유의 카리스마로 유명한 허재는 권위보다는 선수들과 늘 호흡하는 맏형 같은 지도자가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부족한 하나를 채워 다시 농구 무대에 돌아올 허재를 기대한다.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