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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軍警일부 저항세력 가담”

입력 | 2004-04-11 18:57:00


미국의 이라크 민주화 구상을 실천할 핵심 주체인 이라크과도통치위원회(IGC)가 붕괴 조짐을 보이고 치안업무를 담당할 경찰과 군이 근무지를 이탈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의 계획대로 6월 30일 주권이 이양돼도 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무성하다.

또 시아파와 수니파 저항세력이 미군과의 임시 휴전을 선언했지만 이라크 전역에서 교전은 계속돼 이라크 정세를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과도통치위 기능 마비 위기=6월 30일까지 주권을 넘겨받아 임시정부를 구성해야할 IGC 위원들이 미군정 당국에 반발하고 나선 것은 팔루자에 대한 미군의 과도한 보복 공격 때문.

순번 의장인 이야드 알라위를 포함해 3명의 과도통치위원이 사퇴했으며 수니파인 가지 아질 알야훼르 등 4명이 위원직 사임 의사를 밝혔다고 영국의 일간 더 타임스가 10일 보도했다. IGC 공보장관 하이더 아바디는 “미군의 대대적인 무력 사용이 이라크를 벼랑 끝으로 몰고 있다”고 비난했다.

폴 브리머 미군정 최고행정관은 수니파 위원 사미르 샤케르 마흐무드를 새로 과도통치위원에 임명하는 등 수습에 나섰지만 과도통치위의 기능은 당분간 정상 가동이 어려울 전망이다.

미군에 의해 훈련받은 이라크군이 미군의 작전 명령을 거부한 것도 안정적 주권이양의 걸림돌. 새로 창설된 이라크군 4개 대대 중 2개 대대가 5일 미 해병대의 팔루자 공격 지원 명령을 거부했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10일 보도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신생 이라크군이 와해됐으며 최근 이라크군과 보안군, 경찰의 20∼25%가 이탈하거나 저항세력에 가담했다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이라크사태 악화에도 불구하고 ‘주권 이양 스케줄 불변’을 연일 강조하고 있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휴전 속 반미 항전 계속=미군과 강경 시아파 ‘메흐디’ 민병대, 그리고 팔루자의 수니파 저항세력은 10일 휴전에 들어갔다. 하지만 양측의 휴전이 제대로 지켜질지는 불투명하다.

우선 시아파의 휴전 선언 명분인 아르비엔야 성일(聖日) 행사가 오히려 이라크인의 집단적인 반미감정을 부추길 수 있다. 또 수니파 저항세력이 휴전의 조건으로 내건 미 해병대의 팔루자 철수, 그리고 6일 동안 교전으로 사망한 450명과 부상자 1000명에 대한 보상은 미군이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다. 미군은 해병대를 추가 투입하는 등 팔루자 봉쇄작전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으며 팔루자 저항세력도 미군이 팔루자 봉쇄를 해제하지 않으면 미국인 인질을 살해하겠다고 위협했다.

양측의 휴전 협상이 진행 중인데도 불구하고 이날 바그다드 바쿠바 키르쿠크 등 이라크 전역에선 저항세력과 연합군의 교전이 있었다. 미군은 바그다드 시아파 거주지역 3곳을 아파치 헬기와 박격포 등을 동원해 공격했다. 쿠트에서는 5명의 어린이와 한 명의 여성을 포함한 7명의 이라크인이 미군의 공격으로 숨졌다. 또 바그다드에서는 미군의 아파치 헬기 1대가 격추돼 승무원 2명이 사망했다.

이호갑기자 gd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