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의 갑작스러운 지지도 하락 원인은 무엇인가.
불과 열흘 전까지만 해도 한나라당을 20%포인트 이상의 차이로 따돌리고 압도적인 우위를 지켜왔던 열린우리당의 하락세에 대해서 전문가들은 독주에 대한 ‘역풍’과 스스로의 ‘실책’이 빚어낸 결과라고 입을 모은다.
정치권을 강타했던 탄핵 후폭풍의 ‘역풍’이라고 볼 수 있는 ‘거대여당 견제론’이 먹혀든 데다가 정동영(鄭東泳) 의장의 ‘노인 발언’과 문성근 명계남씨가 제기한 ‘분당론’ 등 열린우리당의 실책이 겹치면서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
열린우리당 관계자는 “탄핵을 강행한 한나라당에 대한 거센 비난 여론으로 우리당이 250석까지 먹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 것이 오히려 유권자들의 견제 심리를 자극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50% 이상의 비정상적인 지지율이 ‘조정’을 받을 것이라고는 예상했지만 거품이 빠지는 정도를 넘어 이렇게 하락폭이 가파르게 나타날 줄은 몰랐다”고 덧붙였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해 보면, 노무현 대통령 지지자는 아니지만 탄핵에 반대해 최근까지 열린우리당을 지지했던 중도적 성향의 유권자들이 정 의장의 ‘노인 발언’ 이후 한나라당 쪽으로 급선회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정 의장의 ‘노인 발언’은 각종 여론조사 결과, 탄핵안 가결에 이어 두 번째로 유권자의 선택에 크게 영향을 미칠 요인으로 꼽혔다. 이 밖에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 선출과 시민단체의 낙선당선 명단, 민주당 추미애 선대위원장의 3보1배의 순으로 조사됐다. 주목할 만한 점은 정 의장 ‘노인 발언’이 60, 70대뿐 아니라 20대에서 50대까지 고루 영향을 줬으며 선거 승패의 ‘키’를 쥐고 있는 40대 유권자에게 가장 큰 충격을 줬다는 것.
한나라당은 이런 분위기에서 박근혜 대표의 안정감 있는 행보가 지지율 격차를 좁히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한나라당 윤여준(尹汝雋) 선대위 부본부장은 “지지율이 올라가는 것은 ‘박근혜 효과’ 때문”이라며 “국민에게 깨끗하고 개혁적이라는 신뢰감을 얻고 있는 박 대표가 참회하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한나라당에 대한 미웠던 감정이 연소됐다”고 설명했다.
열린우리당 내에서는 1당도 어렵다는 비관론과 함께 지지율 반등을 위해 정 의장 사퇴 등 특단의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특히 각 정당은 안정지향이면서도 개혁 성향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40대 표심의 향배와 투표율이 이번 총선의 최대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훈기자 dreamlan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