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부리부리 가족과거 인기를 모았던 TV인형극 ‘부리부리 박사’를 무대에 올리는 현대인형극회 조용석 대표(왼쪽) 가족. 딸 윤진씨(가운데)가 어머니 여영숙씨에 이어 부리부리 박사 탈인형을 쓰고 연기한다. 권주훈기자
‘나는야 부리부리 부리부리 박사∼.’
30, 40대들이 주제가까지 또렷이 기억하는 TV인형극 ‘부리부리 박사’가 30년만에 무대극으로 부활한다. 24일부터 5월30일까지 서울 중구 정동극장.
‘부리부리 박사’는 1974년부터 78년까지 KBS에서 방영돼 매일 저녁 어린이들을 TV앞에 모이게 했던 인형극이다. 성우 구민씨의 구수한 목소리에 맞춰 뒤뚱거리며 춤추면서 엉터리 실험을 펼치던 부엉이 박사는 요즘의 ‘뿡뿡이’처럼 당시 어린이들에게 최고의 인기 캐릭터였다. 이번 공연에선 당시 부리부리 박사의 탈 인형을 쓰고 연기했던 어머니 여영숙씨(52)의 딸 조윤진씨(29)가 연출과 인형연기를 맡아 더욱 화제를 모은다.
“부리부리 박사는 당연히 남자가 연기하는 줄 알았다가 제가 여자라는 사실을 알고 사람들이 놀라곤 했어요. 76년엔 윤진이를 임신한 상태에서도 연기를 그만 둘 수 없었죠.” (여영숙)
여씨는 ‘부리부리 박사’에 출연하던 도중 75년 남편 조용석씨(58·현대인형극회 대표)와 결혼했고, 딸 윤진씨도 낳았다. 부부는 42년 전통을 가진 현대인형극회에서 함께 일하며 ‘손오공’ ‘김유신’ ‘삼국지’ ‘바보온달’ 등 국내 TV의 대표적 인형극을 제작해왔다.
이번에 선보일 ‘부리부리 박사’는 국내 최초로 탈 인형을 이용한 뮤지컬. 시간탐험을 하다가 30년 동안 냉동수면 캡슐에서 깊은 잠에 빠져 있던 박사가 다시 깨어나 동화나라의 환경을 파괴시키려는 마녀에 맞서 싸운다는 내용이다. 바다 속 장면에선 100 마리의 물고기 인형이 등장한다. 또 부리부리 박사가 다람쥐 인형인 딩글이, 동글이, 댕글이의 도움을 받아 열기구와 헬기를 타고 떠나는 등 과거 흑백 TV에서 봤던 장면들이 무대 위에서 역동적으로 재현된다.
딸 윤진씨는 “보통 인형극 공연에서 엄마들은 아이만 극장에 들여보내놓고 로비에서 기다리지만, ‘부리부리 박사’의 경우 엄마 아빠가 열광했던 캐릭터여서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인형극회 대표인 조씨와 딸 윤진씨는 99년부터 TV인형극에서 손을 떼고 ‘줄인형 콘서트’ 등 새로운 형식의 극장 인형극을 선보여 왔다. 조씨는 “현대인형극회가 TV인형극의 선두주자였지만, 인형극을 어린이들의 전유물로만 인식하도록 만들지 않았는지 반성하게 된다”며 “외국처럼 어른들을 위한 인형극 대중화에 도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02-751-1500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