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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표준 ‘위피(WIPI)’ 통상마찰 ‘암초’ 만나 주춤

입력 | 2004-04-12 17:48:00


국내 휴대전화 업계가 도입을 추진 중인 무선인터넷 플랫폼 표준규격(WIPI)이 통상마찰이란 암초를 만났다.

미국은 최근 한미 통상회담에서 이 문제를 집중 부각한 데 이어 한국을 통상문제 ‘주요 우려대상국’으로 분류하는 등 전방위로 압박하고 있다.

한미는 양국 표준의 공존 방안을 마련하기로 합의했지만 구체적인 해결책을 찾지 못해 고민하고 있다.

▽왜 논란인가=WIPI가 통상 이슈로 떠오른 것은 통신시장에 미치는 파급력 때문이다.

WIPI가 성공하면 국내외 시장이 확대돼 한국 휴대전화 산업의 경쟁력이 한 차원 높아지는 계기가 된다.

한국 업체들은 소비자 편익 증진은 물론 기술 자립을 통한 해외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반면 퀄컴을 앞세운 미국 통신산업의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 부호분할다중접속(CDMA)칩에 이어 무선인터넷 플랫폼 표준 ‘브루(BREW)’를 앞세워 세계 휴대전화 시장 제패를 노리는 퀄컴의 꿈도 이루기 어렵다.

▽WIPI가 뭐기에=위피는 휴대전화 업체마다 다른 무선인터넷 플랫폼 규격을 통일해 휴대전화 사용과 콘텐츠 개발을 더 편리하게 하자는 취지에서 2001년 처음 개발됐다. 플랫폼이 같으면 똑같은 프로그램을 반복해 만들 필요가 없어 콘텐츠 가격도 싸진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 권영주 연구원은 “BREW의 로열티는 단말기당 3달러지만 국내 기술을 대부분 활용한 WIPI의 로열티는 단말기당 200원대로 낮아진다”고 밝혔다.

소비자는 서비스 업체나 단말기에 관계없이 다양한 휴대전화 콘텐츠를 사용할 수 있어 편리하다. 특정 업체의 가입자가 경쟁사의 인기 콘텐츠를 사용하고 단말기끼리 콘텐츠를 주고받을 수도 있게 된다.

▽WIPI의 미래=정보통신부는 퀄컴이 WIPI와 호환되는 방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작년 말로 예정했던 WIPI 규격 의무화에 대한 결정을 올 6월 말로 미뤘다.

하지만 관련 업계는 정부가 퀄컴이나 미국에 대해 더 적극적으로 국내 업체의 입장을 대변하고 콘텐츠 보급 확산 방안 및 기술료 보상체계 등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WIPI 보급은 탄력을 받고 있다.

한국무선인터넷표준화포럼(KWISF)은 호환성과 기능을 크게 높인 WIPI 2.0버전을 최근 내놓았다. 제조업체들도 WIPI 단말기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서비스업체들도 WIPI 단말기 공급비율을 올해 100% 수준으로 높일 방침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 김선자 소프트웨어플랫폼연구팀장은 “퀄컴이 조만간 WIPI와 호환되는 BREW 기술을 내놓지 못하면 의무화 여부에 관계없이 WIPI로 국내 시장이 통일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WIPI:휴대전화기나 서비스업체에 관계없이 무선인터넷 콘텐츠를 서로 호환해 쓸 수 있도록 한국 통신업체들이 만든 무선인터넷 플랫폼 표준규격. 무선인터넷 플랫폼은 휴대전화기에서 게임, 영상 등 콘텐츠를 즐기기 위해 사용되는 일종의 소프트웨어.

BREW:미국 퀄컴의 무선인터넷 플랫폼 규격. KTF의 멀티팩 서비스에 사용되고 있다.

위피(WIPI)와 브루(BREW) 비교항목위피브루개발주체SK텔레콤 KTF LG텔레콤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삼성전자 LG전자 등 60개 업체가 참여한 한국무선인터넷표준화포럼(KWISF)미국 퀄컴개발 및
도입 과정2001년 7월 개발 착수, 국내 이동통신업체들이 부분 사용 중. 2001년 11월 KTF가 세계 최초로 도입. 세계 20여개 업체에 보급.장점과 단점공개 규격. 저렴한 로열티. 개방성과 무선인터넷 콘텐츠 호환성 우수CDMA칩에 대한 호환성 및 안정성 우수. 비싼 로열티.
핵심기술을 퀄컴에 의존해야함.

김태한기자 freewil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