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이저 무관의 恨 푼 미켈슨
15년간 47차례 도전 만에 2004마스터스에서 ‘메이저 무관의 한(恨)’을 푼 필 미켈슨(34· 본명 필립 알프레드 미켈슨·미국). 그는 타이거 우즈(29·이상 미국)가 등장하기 전까지만 해도 ‘제2의 잭 니클로스’로 불렸다.
아마추어 때 그는 두 가지 뛰어난 기록을 작성했다. 니클로스에 이어 미국골프 사상 두 번째로 같은 해(1990년)에 US아마추어챔피언십과 전미대학(NCAA) 선수권대회를 제패한 게 그 하나고 미국PGA투어 정규대회(1991노던텔레콤오픈) 정상에 오른 마지막 아마추어라는 점이 두번째다.
첫 번째 기록은 우즈가 96년 US아마추어챔피언십을 3연패하면서 빛이 바랬다. 그 해 우즈가 NCAA챔피언십도 제패했기 때문. 하지만 두 번째는 ‘골프황제’우즈도 달성하지 못한 진기록이다.
그런 미켈슨이 1992년 프로데뷔 후 지난해까지 21승이나 거두고도 ‘만년 2인자’ 소리를 들은 것은 메이저타이틀이 없었기 때문. 마스터스에서만 지난해까지 3년연속 3위를 포함해 5차례나 3위에 그쳤다. 특히 US오픈과 PGA챔피언십에서는 막판 실수로 어이없는 준우승에 머무는 등 지독한 불운에 울어야했다.
하지만 그는 올 마스터스 최종 18번홀에서 천금을 버디를 낚으며 그동안의 울분을 한꺼번에 날려버렸다.
만 18개월 때부터 장난감 골프채를 갖고 놀았다는 미켈슨은 스키와 농구 야구실력도 프로선수 뺨칠 정도인 ‘만능 스포츠스타’. 미국PGA투어에서 단 1승도 거두지 못하며 슬럼프에 빠졌던 지난해에는 미국프로야구 마이너리그 투수 테스트를 받는 등 방황도 했다.
그는 원래 오른손잡이. 다른 운동은 오른손을 사용하지만 골프만 왼손잡이 스윙으로 한다. 아버지의 골프스윙을 정면에서 흉내내다가 이른바 ‘거울효과’ 때문에 자연스럽게 왼손잡이 스윙이 몸에 익었다는 것. 따라서 그를 ‘왼손잡이 천재골퍼’로 부르는 것은 잘못된 표현이다.
미켈슨은 가족사랑이 유별나 아내의 출산이나 자녀들의 생일 등 ‘가정사’가 있을 때면 아무리 상금이 큰 대회도 출전하지 않고 장거리 해외 원정 경기도 극구 피한다.
2004마스터스 우승으로 올 시즌 유일한 2승선수가 된 미켈슨은 2000년부터 3년연속 상금랭킹 2위에 그치며 우즈에게 양보했던 상금왕 타이틀을 물론 다승왕과 ‘올해의 선수상’까지 석권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특히 마스터스의 ‘그린재킷’은 ‘올해의 선수상’ 수상 요건에 가장 확실한 보증수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필 미켈슨과 4대 메이저대회첫 출전90US오픈(예선탈락)총 출전 47회우승1회(2004 마스터스)준우승3회(99US오픈,2001PGA챔피언십,2002US오픈)3위5회(94PGA챔피언십,96마스터스,2001∼2003마스터스)
■ 우승보다 값진 3위 최경주
‘나는 할 수 있다.’
‘탱크’ 최경주(34·슈페리어·테일러메이드)가 2004마스터스에서 당당히 단독 3위를 차지하며 세계 톱랭커 반열에 올라선 원동력은 바로 이 신념 때문이다. 고교 1학년 때 골프채를 처음 잡은 ‘섬소년(최경주의 고향은 완도)’ 최경주의 목표는 처음부터 ‘미국PGA투어 정복’이었다.
“주위에서는 아직 시기상조라고 말렸지만 저의 꿈은 미국 정복이었습니다. 한눈 팔지 않고 열심히만 한다면 해낼 수 있다는 신념이 단 한번도 흔들린 적이 없습니다.”
95년 팬텀오픈에서 프로 첫 우승을 거둔 이래 국내무대 8승을 거둔 그는 국내 1인자 자리에 안주하지 않았다.
99년 미국PGA투어 퀄리파잉스쿨에 도전, 한국골퍼로는 사상 처음으로 ‘꿈의 미국PGA 투어카드’를 따냈다. 2000년 시즌 상금랭킹 134위로 카드를 잃었지만 ‘탱크’의 돌진은 멈추지 않았다.
다시 Q스쿨에 도전해 통과했고 2001년 상금랭킹 65위로 미국무대에 적응한 그는 2002년에는 한국골퍼로는 사상 처음으로 미국PGA 투어 정상에 두 번이나 오르며 한국남자골프도 세계무대에서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한장상(1973년)과 김성윤(2000년)에 이어 지난해 한국골퍼로서는 세 번째로 마스터스에 출전한 그는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와 공동 15위로 어깨를 나란히 했다.(표 참조)
그리고 올 대회에서는 그것이 결코 ‘행운’이 아니었음을 증명했다. 나흘 내내 선두권을 달린 그는 단독 3위로 내년 마스터스 출전권(전년도 대회 공동16위 이내 자동출전)도 따냈다.
“첫 우승이 ‘찾아왔다’면 두 번째 우승은 ‘쟁취’한 것이다. 타이거 우즈가 출전했더라도 이겼을 것이다.”
최경주는 2002년 템파베이클래식에서 2승째를 따낸 뒤 이렇게 말했다. 그렇다면 그는 첫 번째와 두 번째 마스터스 성적에 대해선 어떻게 말할까.
내달 20일 개막하는 2004SK텔레콤오픈(백암비스타CC)에서 대회 2연패에 도전하기 위해 금의환향하는 최경주의 내년 마스터스 각오가 궁금하다.
한국골프의 마스터스 도전사연도선수성적출전자격1973한장상예선탈락
(8오버파 152타)72일본오픈 우승자2000김성윤예선탈락
(6오버파 150타)99US아마챔피언십 준우승자2003최경주공동15위
(2오버파 290타)2002미국PGA 상금랭킹 17위 2004최경주단독3위
(6언더파 282타) 2003마스터스 공동16위 이내
안영식기자 ysahn@donga.com
■ 마스터스 이모저모
○…AP통신이 12일 벌어진 제68회 마스터스골프대회 최종라운드 11번홀(파4)에서 이글을 만들어낸 최경주의 멋진 플레이를 보도.
AP는 ‘엄청난 샷에도 불구 그린재킷 놓쳐’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최경주는 마스터스 역사상 11번홀에서 이글을 기록한 세 번째 선수가 됐다”며 “마스터스 최종일 경기에 이런 샷이 나오면 그린재킷을 입기에 부족함이 없다”고 아쉽게 우승경쟁에서 밀려난 최경주의 활약을 장문으로 보도.
○…마스터스에서 마지막홀 버디로 아슬아슬하게 승부를 마감한 사례는 필 미켈슨(미국)이 여섯 번째. 올해 마스터스 고별전을 치른 ‘골프의 전설’ 아놀드 파머(74·미국)가 60년 72번째홀을 버디로 장식하며 그린재킷을 입는 등 그 동안 최종홀에서 승부가 가려진 사례는 모두 5차례.
○…이번 대회에서 22위(2오버파 290타)로 기대에 못 미친 타이거 우즈(미국)는 최종라운드에서 점심을 잘못 먹어 복통으로 고전했다고.
이날 골프장 클럽하우스에서 점심식사를 한 우즈는 경기 전 드라이빙 레인지에서부터 복통을 느끼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2번홀에 들어선 뒤 고통이 심해진 우즈는 사람들의 눈을 피해 나무숲에 들어가 두 차례나 토한 뒤 “나와 맞지 않은 음식을 먹은 것 같다”고 말했다.
2004마스터스 최종성적 (*=전년도 챔피언)순위선수파스코어①필 미켈슨-9279(72-69-69-69)②어니 엘스-8280(70-72-71-67)③최경주-6282(71-70-72-69)④세르히오 가르시아-3285(72-72-75-66)④베른하르트 랑거-3285(71-73-69-72)⑥크리스 디마르코-2286(69-73-68-76)○22타이거 우즈+2290(75-69-75-71)예선
탈락*마이크 위어+5149(79-70)
김상수기자 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