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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환수기자의 장외홈런]음주물의 노장진이 용서받는 길

입력 | 2004-04-12 18:14:00


야구장이 활기를 되찾고 있다.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구도(球都)’ 부산을 연고로 하는 3년 연속 꼴찌 롯데의 환골탈태일 것이다. 썰렁했던 사직야구장에는 롯데의 공식 응원가 ‘부산 갈매기’가 그라운드를 뒤덮었다. 지난 주말 잠실야구장에는 80,90년대를 연상케 하는 넥타이 부대도 등장했다.

그런 마당에 터진 삼성투수 노장진의 무단이탈 파동은 잔치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은 격이다. 그것도 처음이 아니라 이미 몇 차례 비슷한 소동을 일으킨 터이기에 더욱 유감스럽다.

사실 프로 선수가 시즌 중 한 잔 하는 것은 그리 큰 허물은 아니다. 노장진은 마무리에서 올해부터 선발로 전환했으니 자신의 등판 스케줄에 맞춰 몸 관리만 잘 한다면 그만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도 이번 음주 물의는 너무했다. 그가 아침 산책을 나온 김응룡 감독에게 발각된 시간은 8일 오전 6시께. 한 잔으로 끝났다고는 보기 어려운 시각이었다. ‘술보다는 차라리 여자가 낫다’고 한 토미 라소다 전 LA다저스 감독의 말을 굳이 인용하지 않아도 몸이 완전히 망가질 수 있는 시간대였다.

6일 기아와의 광주경기에 나갔기 때문에 다음 선발 등판까지 여유가 있었다고는 하지만 시즌 초를 맞아 모두 긴장의 고삐를 죄고 있는 때가 아닌가. 그런 분위기를 감안하면 노장진의 음주는 더욱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런 그를 두고 김 감독은 “노장진은 성격이 남다르기 때문에 다른 선수 대하는 것과는 달리 그동안 꾸짖기 보다는 다독거리려고 애썼다”면서 “차라리 내가 그때 산책을 나오지 말았어야 하는 건데…”라며 야속해했다는 뒷얘기다.

다행히 노장진은 사흘 만에 팀에 복귀해 백배사죄했고 사상 최대인 벌금 1000만원과 2군행을 받아들여 사태가 조기진화됐다.

이제 노장진이 팬들에게 사죄하는 길은 한가지다. 주위에 얽매이기 싫어하는 그 자유분방한 정열을 술이 아니라, 상대 타자를 향해 던지는 불같은 강속구로 승화시키는 것 뿐이다.

장환수기자 zangpab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