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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이태섭/‘에너지 자립’ 근본대책 세워야

입력 | 2004-04-12 18:51:00


지난해부터 시작된 석유와 원자재 가격의 상승이 올해 1·4분기가 지나면서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몇 달 반짝 강세를 보이고는 제자리를 찾아가던 과거와는 사뭇 양상이 다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소식이 전해지면서 석유가격이 배럴당 40달러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고철, 동(銅), 알루미늄 등 금속자원의 가격도 짧게는 2∼3년, 길게는 베이징올림픽이 끝나는 2008년까지 상승세가 계속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예측이 잇따른다.

▼에너지 공급시스템 다변화 시급 ▼

최근 30년간 우리가 이룩해낸 경제성장의 신화는 빠른 속도로 늘어난 자원소비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 결과 우리나라는 세계 6위의 석유소비국이 됐고, 금속자원의 경우도 세계 4∼5위의 소비규모를 갖게 됐다. 자원소비로 보자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도 단연 선두권 국가가 되어버린 것이다.

문제는 우리가 이 같은 소비규모에 걸맞은 공급시스템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원자재 파동이 닥치면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경제적 충격이 클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석유의 경우 2002년 한국기업이 해외개발을 통해 생산한 규모는 총 수입량의 2.7%에 불과하다. 정부가 추진 중인 ‘2010년 자주개발 원유 도입목표 10%’와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 우리와 비슷한 석유수급 구조를 갖고 있는 독일, 프랑스의 석유 자주 공급률은 20∼50%이며, 최근 해외 석유개발 투자의 실패를 이유로 공기업인 석유공단을 과감히 구조조정한 일본의 경우도 13%가 넘는다.

따라서 정부가 정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도 일본이나 프랑스와 같은 에너지 공급시스템의 다변화를 통해 국가 차원의 석유자원 확보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과거 우리나라는 선택의 여지없이 단순구매를 통해 국가 에너지원을 공급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최근 국내 대륙붕에서 상업적인 천연가스 생산이 가능할 정도로 석유개발 관련 기술 수준이 높아져 이 분야의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 따라서 이러한 기술력을 가스하이드레이트(Gas Hydrate)와 같은 비(非)재래형 에너지 개발에 집중해 자주개발 에너지 도입률을 높이는 데에 힘을 모아야 한다.

일반인들은 잘 모를 수 있지만, 가스하이드레이트란 천연가스의 주성분인 메탄이 얼음과 유사한 고체 상태로 매장된 것으로 수심 300m 이하 저온고압 상태의 심해 환경에서 찾아볼 수 있다. 여기에 포함된 탄소량은 석탄, 석유 등 화석에너지에 포함된 그것의 두 배 이상이다. 가스하이드레이트의 부존량은 현재 천연가스 매장량의 100배 이상인 10조t을 상회할 것으로 예측된다.

일본이 독도에 눈독을 들이는 것도 바로 이 자원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을 정도다. 2001년부터 16년 동안 매년 100억엔 이상을 투입 중인 일본의 가스하이드레이트 사업은 그동안의 탐사 결과를 토대로 올해 30∼40개의 탐사정을 뚫는 단계에 와 있다.

우리나라는 1996년 기초연구에 착수하고 2000년부터 동해지역에서 탐사를 시작해 광범위한 가스하이드레이트의 부존(賦存)을 간접 확인한 바 있다. 미국 등 선진국은 2015년 상업적 생산을 목표로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우리도 이제는 탐사뿐 아니라 그 생산과 이용기술에 대한 연구를 병행할 때가 된 것이다.

▼‘가스하이드레이트’ 탐사에 기대 ▼

해외석유자원 개발사업을 확대해 자주개발 원유 도입률을 높이는 것은 물론 우리가 갖고 있는 비재래형 에너지자원의 개발을 통해 에너지 수급을 다변화하는 길이야말로 고유가 시대를 맞아 우리 경제가 흔들림 없이 발전을 계속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정책이다. 결국 ‘에너지 자립’이란 이미 우리가 손에 쥐고 있는 것 또는 우리 손으로 개발한 것에 기대는 데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태섭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