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통 열흘이 지난 고속철이 과연 이름값을 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일반 열차보다 비싼 운임에도 승객들이 고속철을 선택하는 이유는 더 빨리 정시에 도착할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그러나 개통 이후 차량 고장 및 이에 따른 지연 운행이 20차례가 넘는다. 빠른 속도는 물론 안전도 보장하지 못하는 셈이다.
문제는 이 같은 차량고장이 ‘보조 전원장치의 스위치가 갑자기 차단됐기 때문’이라고 할 뿐 왜 갑자기 차단되는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철도청측은 ‘고장’이 아니라 사고를 원천적으로 줄이는 ‘장애’라고 설명하지만 이용객 입장에서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오히려 이처럼 사고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철도청의 안일함과 안전불감증이 문제를 키울 우려가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정확한 고장 이유도 모르면서 사고를 막기 위해 수시로 열차를 세워야 하는 형편이라면 소비자가 굳이 고속철을 탈 이유가 없다. 그런데도 철도청은 적자를 줄이려고 새마을호 무궁화호 열차운행을 감축했다니 승객이 철도청의 ‘봉’이란 말인가.
고속철이 이 같은 문제점을 안고 달리는 것은 개통 전 만반의 준비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고건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이를 질책하자 건설교통부 장관은 “모든 것이 제 책임”이라고 사과했다지만 말로만 끝날 일이 아니다. 5년간 시험운행을 하고도 왜 시행착오를 줄이지 못했는지, 총선용이라는 의혹을 받을 정도의 때 이른 개통은 누구 때문인지 명백히 가려 책임을 물어야 한다.
철도청은 두 달 정도 운영해본 뒤 문제점을 종합 재정리하겠다고 했으나 그때까지 기다릴 수는 없다. 소 잃을 때까지 외양간 고치기를 미뤄선 안 될 일이다. 필요하다면 고속철을 일시 운행정지한 뒤 철저한 점검을 하는 게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