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사와 아키라(黑 澤明·1910∼1998·사진) 감독 회고전이 16∼25일 서울 종로구 소격동 아트선재센터 내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린다. 서울 시네마테크 주최.
1950년대 일본 영화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구로사와 감독은 오즈 야스지로, 미조구치 겐지와 더불어 일본 영화의 3대 거장 중 한 명으로 꼽힌다. 그가 연출한 ‘라쇼몽’(羅生門)이 1951년 베니스영화제 대상을 수상하면서 일본 영화는 국제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구로사와 작품에는 일본의 전통적 미의식과 예술형식, 서구의 예술적 교양과 영화문법, 휴머니즘이 녹아 있다. 오락성과 예술성을 함께 갖춘 그의 영화들은 프랑스 누벨바그 감독들이나 조지 루카스, 스티븐 스필버그 등 많은 감독들에게 영향을 미쳤다. 1990년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동양인으로 최초로 특별상을 수상했다.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7인의 사무라이.’ 산적들과 맞서는 일곱 명의 사무라이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사진제공 서울시네마테크
화가 지망생이었던 그는 1943년 한 젊은이의 정신적 성장을 다룬 영화 ‘스가타 산시로’로 데뷔했다. 이후 그는 ‘라쇼몽’ ‘이키루’(1952년) ‘7인의 사무라이’(1954년) ‘거미집의 성’(1957년) ‘나쁜 놈일수록 잘 잔다’(1960년) ‘요짐보’(1961년)와 같은 영화들을 발표해 세계적 영화작가로 떠올랐다. 하지만 그는 3년 동안 준비해온 미국 20세기폭스사의 ‘도라! 도라! 도라!’ 촬영 도중 해임당한 뒤 1971년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다. 다행히 그는 재기에 성공한다. 노년의 그는 셰익스피어의 ‘리어왕’을 일본 시대극으로 옮긴 ‘란’(1985년), 양식미의 전형을 보여주는 ‘꿈’(1990년), 한 작가의 삶을 잔잔하게 그린 ‘마다다요’(1993년)를 발표했다.
이번 회고전에는 데뷔작 ‘스가타 산시로’부터 마지막 영화 ‘마다다요’까지 15편이 선보인다. 상영작 중 ‘7인의 사무라이’는 구로사와의 최고 걸작으로 꼽히는 작품. 해마다 산적들에게 곡식을 빼앗겨온 마을에서 일곱 명의 사무라이들이 산적들과 맞서기 위해 전투 준비에 돌입한다는 내용. 존 스터지스의 ‘황야의 7인’ 등 많은 리메이크작의 모태가 됐다. 셰익스피어의 ‘맥베스’를 원작으로 삼은 ‘거미집의 성’은 일본 전통 연극양식인 ‘노’(能)를 활용해 돋보였다. 떠돌이 사무라이의 이야기를 다룬 ‘요짐보’는 셀지오 레오네의 웨스턴 영화 ‘황야의 무법자’를 모방한 작품으로 유명하다.
이번 회고전이 끝나면 그의 대표작 7편이 5월 초부터 광주(6∼9일 시네시티극장), 대구(13∼16일 대구문화산업지원센터 6층 소극장), 전주(19∼22일 JIFF테크 극장), 청주(27∼30일 청주시립정보도서관)에서 순회 상영된다. 자세한 상영일정은 인터넷 참조(www.cinemathequeseoul.org). 02-3272-8707
고미석기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