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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황재성/‘바이코리아’ 좋아할 일 아니다

입력 | 2004-04-13 17:58:00


7일 한국 증시는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종합주가지수가 909.93으로 장을 마감하면서 상장사 시가총액이 사상 처음으로 400조원을 넘어선 것. 1999년 8월 25일 305조원으로 300조원을 돌파한 이후 4년7개월 만의 일이다.

이는 상장사 실적이 그만큼 좋아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정적 요인은 외국인 투자자들의 ‘바이 코리아 열풍’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실제로 외국인들은 올 들어서만 국내 증시에 10조원을 쏟아 부으며 주가 상승을 이끌었다. 국내 주식 보유 비중도 급증해 1998년 10%대에서 2002년 30%대로 늘어난 데 이어 최근에는 43%대에 달한다. 10대 그룹만 보면 9일 현재 시가총액(상장사 기준·우선주 포함) 기준으로 외국인 비중이 50%에 육박할 정도다.

외국인의 ‘바이 코리아 열풍’은 한국경제의 대외신뢰도 향상과 경제활동의 투명성 제고와 같은 긍정적 효과를 가져왔다. 또 기업들이 오너 중심의 경영에서 벗어나 주주 중심의 경영 체제로 움직이도록 했다.

하지만 이들이 영원히 고마운 손님, 반가운 손님으로 남아 있지는 않을 것이다. 고율의 배당 요구를 통해 투자자금을 뭉텅이로 빼가는 일이 빈번하고, 정도를 넘어선 기업경영 간섭도 적잖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에는 우량 회사에 대해 유상감자(有償減資)를 실시해 투자자금을 회수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유상감자는 일반적으로 사업규모를 축소하거나 합병 등으로 자본금 규모를 줄일 필요가 있을 때 실시한다. 그런데 이런 특별한 사정이 없는데도 단지 이익만을 얻기 위해 감자한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처사다.

증권가는 이를 두고 증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투자자금을 빼내가려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새로운 ‘회수전략(Exit Strategy)’이라고 평가한다.

증권가에서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증시에서 단물만 빼 먹고 빠져나가는 일을 막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금융감독 당국이 한 번쯤 귀 기울여 봐야 할 얘기라는 생각이다.

황재성기자 jsonh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