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희를 앞둔 나이지만 코트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에는 여전히 생기가 넘쳤다.
여자프로농구 겨울리그 4강 플레이오프 금호생명과 국민은행의 경기가 열린 13일 장충체육관에는 반가운 손님이 한 명 찾아왔다. ‘영원한 농구 코치’ 김평옥씨(69·사진).
지난달 끝난 일본여자농구리그(WJBL) 2003∼2004시즌에서 저팬에너지 기술고문으로 소속팀을 4연속 우승으로 이끈 뒤 지난 주말 금의환향해 모처럼 경기장을 찾은 것. 그동안 전지훈련, 휴가 등으로 여러 차례 한국에 왔지만 이번에는 짐을 모두 정리해 돌아왔다. 1992년 여자실업팀 한국화장품에서 정년퇴직하고 이듬해 4월 일본으로 건너간 뒤 11년 만의 영구 귀국이다.
김씨는 일본 무대에서 10년 넘는 세월 동안 눈부신 지도력을 떨쳤다. 저팬에너지 감독과 기술고문을 번갈아 맡으면서 전일본선수권대회 우승 8회, WJBL 우승 4회 등 12차례나 정상을 밟은 것.
명장으로 이름을 날린 그의 눈에 비친 한국 여자 농구의 앞날은 밝지만은 않다. “선수들의 기량은 나아진 것 같은데 저변이 너무 열악합니다.” 일본의 경우 서클 수준의 순수 여고 농구팀이 3000개에 이르며 이 가운데 엘리트 팀만 해도 100개 정도일 만큼 선수층이 두껍다는 게 그의 설명. “한국 여자 농구가 아직은 아시아 정상을 유지하고 있지만 앞으로 불안하기만 합니다. 모든 농구인들이 눈앞의 이익보다는 앞날을 위해 힘을 합쳐야 할 것 같아요.”
14세 때 처음 농구와 인연을 맺어 반세기 넘도록 코트를 지키고 있는 김씨는 여생도 미력하나마 후배 양성을 위해 일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