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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주말시대]세계의 시장/인도 트리폴리아 바자

입력 | 2004-04-15 16:36:00

자이푸르의 상징인 화와마할(바람궁전)과 보디차우파 거리 사진제공 캠프스튜디오


《인도 여행 경험자들이 가장 많이 권하는 인도 관광 코스는 골든트라이앵글이다. 행정수도인 델리와 마하라자(인도의 왕)의 도시인 자이푸르, 그리고 타지마할로 유명한 아그라를 가리키는 것으로 지도를 펼쳐놓고 보면 삼각형 모양이다.

그중 자이푸르는 인도 역사상 가장 지혜로운 현자로 일컬어지는 자이싱 2세(1699∼1744)가 1728년 건설한 곳이다. 지금도 이곳에선 마하라자가 살고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과 함께 믿기지 않는 일상을 만들어내고 있다.》

○ 인도 특산물 총집합

라자스탄주의 주도인 자이푸르는 델리에서 남서쪽으로 약 266km 떨어져 광대한 타르사막을 끼고 있다. 자이싱 2세의 이름을 본떠 만든 도시 이름은 승리의 도시란 의미도 된다.

자이푸르의 시내관광은 자이싱 2세가 도심에 세운 궁전과 그의 후손인 프라탑 싱이 건설한 바람궁전이 기점이다. 특히 도심 궁전은 전부 7층 건물로 지금도 마하라자가 살고 있고 일부는 박물관으로 공개되고 있다.

자이푸르에서 가장 살아있는 공간은 도시 남쪽에 있는 트리폴리아 바자다. 인도의 각종 특산품을 한곳에 모아 놓은 이 시장은 서쪽으로는 초티 차우파, 동쪽으로는 보디 차우파로 나뉘고 서쪽에서는 다시 6개 구역으로 나뉜다. 워낙 구역이 넓기 때문이다.

중앙에서 서쪽으로 첫 번째 구역은 키샨폴 바자다. 키샨폴은 사프란이나 재스민 같은 전형적인 인도 향신료부터 자이푸르 근교에서 재배된 다양한 꽃을 파는 곳이다.

입구에 들어서면 현기증이 날 정도로 강한 향기가 후각을 자극한다. 이어 상점마다 놓인 각양각색의 꽃과 원색의 향신료 자루에 눈이 휘둥그레진다. 인도를 여행하다 만나는 유명 사진작가의 화보집이나 여행안내서에는 이 시장 풍경이 빠지지 않는다.

한 앵글에 최소한 10가지 이상의 색을 담아낼 수 있으니 시각적으로 이보다 더 인도스러운 느낌을 주는 곳이 어디 있을까 싶다. 이곳에서 트리폴리아 바자의 동쪽 끝인 보디 차우파까지는 도보로 10분 정도. 하지만 곳곳에 자리 잡은 상점들과 릭샤, 노점상들 때문에 좀처럼 쉽게 걸음을 옮길 수 없다.

또 키샨폴 바자에서 서쪽 끝에 자리한 조하리 바자까지 차분히 돌아보려면 반나절 정도 걸린다. 숨을 쉬기 힘들 정도로 매캐한 매연과 더위, 집요하게 달라붙는 거지들, 동양인만 보면 일본말로 ‘야스이!(싸다)’를 외치는 상인들은 관광객들을 고분고분 놓아주지 않는다.

상인들은 저마다 자신의 종교와 신분에 따라 색색의 터번을 두르고 이 세상 것 같지 않은 물건들을 팔고 있고, 화려한 색감의 사리를 두른 여성들이 쇼핑에 열중하는 장면은 외국인들로 하여금 자신이 이방인임을 실감케 한다.

화려한 금세공품을 판매하는 공식 주얼리숍의 내부 모습.

○ 키샨폴에서 조하리까지

바자는 언뜻 보면 복잡한 듯하지만 몇 가지 주제로 구역이 나뉘어 있다. 물론 노점상들은 예외.

향신료와 꽃을 파는 키샨폴에 이어, 마니하론 카 라스타 구역은 여성들이 감탄할 만한 장신구들을 판다. 차우라 라스타 지역에는 장인들의 솜씨로 빚어낸 테라코타 도자기와 기름램프, 낙타가죽 슬리퍼 등을 판다.

바자의 끝인 조하리 바자는 자이푸르에서 가장 유명한 은 세공품과 터키, 에메랄드 같은 유색보석들을 파는 보석상들로 이어져 있다. 이 조하리 바자는 인근 바람궁전과 맞닿아 독특한 사연이 있다.

아름다운 조각이 새겨진 하와마할(바람궁전)은 한 남성을 위해 세상과 단절된 채 평생을 보내야 하는 여성들의 공간, 즉 하렘이었다. 이곳에서 내려다보이는 시장 풍경은 이 여인들이 지루한 일상을 달랠 수 있는 유일한 즐거움이었다.

그 당시 자이푸르에서 제일 높은 공간이라 할 수 있는 이 궁전 테라스에서는 바자의 모습이 고스란히 시야에 들어온다. 화려한 빛깔의 실크 사리와 거울 박힌 가방, 자수와 보석들로 꾸며진 장신구 등 풍요롭고 다양한 물건들이 그녀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으리라.

바자에서 인기 있는 가게들은 상가네르 염색직물과 카펫을 만드는 모습을 구경할 수 있는 곳과 자이푸르에서만 생산된다는 스타루비를 중심으로 한 세공품을 판매하는 실버 앤드 아트 팰리스를 꼽을 수 있다.

스타루비는 빛을 받으면 별 모양의 분홍색 선이 비치는 루비로 연마법이나 커팅을 잘못하면 별 모양이 사라져버리기 때문에 솜씨 좋은 장인이 있는 상점에서만 구경할 수 있다.

이 외에도 라자스탄 특유의 거울을 집어넣은 천이나 그것으로 만든 가방 같은 소품, 형형색색의 가는 팔찌, 면이나 실크로 만든 사리(여성용), 펀잡(남성용) 같은 전통의상들도 인기 있는 쇼핑아이템이다.

바자에서 마주치는 노점상들.

바자 구경이 끝날 때쯤이면 인도의 모든 모습에 익숙해질 준비를 마친 셈이다. 가장 활기차고 복잡한 이곳에서 반나절 정도 보냈다면 앞으로 인도를 열정적으로 사랑할 것인지, 아니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겠다고 다짐할 만큼 혐오감을 얻었는지 단번에 확인할 수 있다.

이정현 여행칼럼니스트 nolja@worldpr.co.kr

▼Tip▼

▽여행정보=서울에서 자이푸르까지는 직항이 없다. 우선 아시아나항공(02-2669-8000, 8시간30분 소요)을 이용, 델리에 도착 후 차량으로 이동(약 5시간30분)하면 된다. 일본이나 홍콩을 경유하는 에어인디아(02-737-8112)도 운항 중이다. 인도 국내에서는 제트 에어 웨이즈, 사하라 인디안 에어 라인즈 등의 항공사도 이용할 수 있다. 비행기로 델리에서 40분, 뭄바이에서 3시간30분 정도 걸린다.

▽주변관광지=시티 팰리스 안에 위치한 잔타르 만타르 천문대와 마하라자의 유물과 보물을 전시한 궁전박물관이 바자와 연결되어 있다. 또 흥정을 하면 우리 돈 1만원 정도에 릭샤를 임대, 바자 곳곳을 돌아볼 수 있다.

▽쇼핑정보=바자의 상점 주인들은 무뚝뚝한 편이다. 오히려 지나치게 친절한 상점을 조심해야 한다.공식 상점을 제외한 곳에선 흥정을 하는 것이 현명하다. 부르는 값에서 절반 이상을 깎는 것이 보통이다. 보석이나 은 세공품은 반드시 정부에서 운영하는 공식 상점에서 사야 진품을 구입할 수 있다.

▽자세한 정보=인도 관광청(www.tourindia.com) 자이푸르 여행상품(하나로항공 734-3100/hanarotrave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