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마스터스 최종 4라운드는 정말 대단했다. 내가 본 메이저대회 중 이날 후반 9개홀만큼 드라마틱한 명승부는 없었다.
기량은 좋으나 기가 약해 마지막에 무너진다는 말을 들었던 필 미켈슨(34·미국)이 이번엔 달랐다. 최경주(34)도 절정의 기량과 주눅들지 않는 담대한 모습을 보여줬다.
두 사람은 34세 동갑내기로 운동선수로선 적지 않은 나이다. 문득 ‘나이와 골프의 상관관계’라는 논문이 생각나 찾아봤다.
98년 스코틀랜드 세인트 앤드루스에서 열린 골프 세계학회. 카네기 멜론대학의 랄키 교수가 발표한 논문은 1935년부터 1997년까지 4대 메이저대회에 출전했던 489명 프로골퍼 중 우승자의 스코어와 나이의 관계를 분석한 것이었다.
몇 명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메이저 대회 우승자는 30세에서 35세 사이였으며 그 이후에는 급격히 성적이 나빠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 마스터스에서 그 통계는 적중했다.
우선 미켈슨은 34세에 우승했다. 반면 기량과 컨디션은 괜찮았지만 감정 조절과 수많은 관중 앞에서 평정을 유지하는데 실패한 신예들은 무너지고 말았다.
2라운드까지 선두를 내달렸던 23세의 저스틴 로즈는 3라운드에서 81타로 추락했고 3라운드에서 단독 3위로 치고 올라왔던 27세의 폴 케이시(이상 영국)도 마지막 라운드의 중압감을 이기지 못하고 2오버파 74타로 무너졌다.
최경주가 자신과 궁합이 맞는 코스라는 오거스타내셔널GC에서 조만간 그린재킷을 입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그래서 우승자가 메뉴를 결정하는 마스터스 정찬에 푸짐한 한정식이 올려졌으면 좋겠다.
중앙대 의대 재활의학과 주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