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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고병구/‘사탕발림’으론 이공계 못살린다

입력 | 2004-04-15 18:55:00


요즘 학생들이 기초과학과 공학을 기피하고 의대를 선호하거나 해외로 나가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과연 의사들의 미래는 밝은가. 해외로 나간 젊은 두뇌들이 학업을 마치고 돌아와 설 자리는 있는가. 애석하게도 긍정적인 대답이 선뜻 나오지 않는다.

한때 우리에게도 물리학과 공학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고 우수한 두뇌들이 기초과학을 선호하던 때가 있었다. ‘공업 한국’의 기치를 내걸고 일로매진하던 때의 일이다. 그렇게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지난한 과정을 거쳐 오늘의 대한민국이 된 것이다.

지금은 개인과 개인, 기업과 기업간의 경쟁을 넘어 국가와 국가간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진 시대다. 이런 국제화 시대에 기초과학은 죽은 학문인가.

몇 달 전 60대 중반을 넘긴 선배 의사와 얘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우수한 학생들이 이공계를 외면하고 의과 등으로 몰리는 현상이 언론의 초점이 되고 정부는 이를 해소하느라 이공계 출신의 공무원 특채를 고려하겠다고 발표하던 무렵이었다.

그는 대학이나 기업체에 연구소다운 연구소를 세우고 연구할 분위기만 만들어주면 우수한 학생들이 이공계로 몰릴 텐데 겨우 ‘공무원 특채’라는 상식 이하의 대안을 내놓았다는 주장을 했다.

그렇다. 이공계 학생들에게 공무원 특채나 방위산업체 근무, 단기 공익요원 근무 등 각종 혜택을 준다 해도 이는 사탕발림일 뿐 우수 두뇌들의 평생진로를 결정짓는 데에는 중요한 요인이 될 수 없다. 그들이 보람을 갖고 자기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지 못하는 한 이공계의 미래는 밝을 수 없다.

대학뿐 아니라 기업체에도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연구소가 설립되고 연구원들에게 최고 대우가 보장되어야 한다. 그것이 기업을 살리고 국가를 살리는 비결이다.

고병구 의사·부산 부산진구 당감1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