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이 1당이 됨에 따라 정국 최대 현안인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탄핵심판과 재신임 문제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헌법재판은 근본적으로 ‘헌법제정 권력자’인 국민의 뜻을 존중할 수밖에 없으므로 ‘탄핵심판론’을 주요 이슈로 부각시켰던 열린우리당을 지지한 ‘민의(民意)’를 헌법재판소가 무시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해석이 많다. 물론 일각에선 법리상으로는 탄핵심판도 일종의 재판인 만큼 정치상황이나 여론에 구애받지 않고 진행되는 것이 옳다는 견해도 없지는 않다.
탄핵소추안 철회 여부도 관심이다. 법조계와 학계에선 탄핵철회 자체가 법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견해가 있고, 한나라당도 탄핵안은 정치권의 손을 떠난 만큼 헌재 판결에 맡겨두자는 것이 아직은 공식 입장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화합의 정치’와 새 출발을 내세워 탄핵소추안 철회를 전격적으로 단행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따라서 ‘총선 민의’를 내세워 헌재의 조속한 ‘기각 결정’ 또는 야당의 탄핵철회를 요구하는 여권의 목소리와 야당의 거부가 맞부딪칠 경우 정치 사회적 갈등이 증폭될 소지가 있다.
실제 광화문 촛불집회를 주도해 온 ‘탄핵무효범국민행동’은 이미 “헌재의 결정을 마냥 기다릴 수 없다”며 17일부터 촛불집회를 재개하겠다고 밝혀둔 상태다.
이에 따라 헌재도 3차 공개변론 때까지의 ‘충실하고 신중한 심의’ 원칙에서 속도감 있는 재판 쪽으로 선회하는 데 대한 부담을 느낄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헌법재판소 연구관 출신의 한 변호사는 “탄핵문제에 대한 국민의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에서 기각이든 인용이든 탄핵심판이 최종 결정까지 가면 국가적 불행”이라며 법적 해결보다는 정치권의 ‘결자해지(結者解之)’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이와 함께 노 대통령의 재신임 문제도 총선 결과에 따라 자연스레 해결될 가능성이 커졌다. 노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대국민 기자회견에서 “총선에 나타난 국민의 뜻을 심판으로 받아들이고 그 결과에 상응하는 정치적 결단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노 대통령은 구체적 심판 기준을 제시하지 않았지만 열린우리당 정동영(鄭東泳) 의장은 “120∼130석이면 노 대통령은 재신임을 받은 것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총선 결과와 재신임은 연계될 수 없다’고 반발해 왔지만, 현실적 의석수로 나타난 국민의 여론이 현실적인 해결기준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정치권의 일반적 시각이다.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이수형기자 so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