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내적으로 통합과 상생(相生)을 갖출 때 (야당에) 상생의 정치를 말할 자격이 있다.”
열린우리당 정동영(鄭東泳) 의장은 1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당사에서 가진 기자회견 도중 이렇게 말했다.
그는 또 “우리당은 준공검사를 받은 ‘완공된 건물’이 아니다. 무한히 겸손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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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의장의 이 같은 발언은 총선 직후 예상됐던 정 의장 중심의 당권파와 친노(親盧) 직계 그룹간의 갈등을 사전 차단하겠다는 포석이라는 게 당내의 해석이다.
실제 총선 직후 책임론에 휩싸일 것이란 전망이 강했던 것과 달리 당내에서는 정 의장이 12일 선대위원장직과 비례대표 후보직을 전격 사퇴함으로써 당 지지율을 반등세로 전환시켰고, 과반수 의석 확보가 가능했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이날 오전 선대위 결산회의에서 정 의장의 핵심 측근인 김한길 총선기획본부장은 “정 의장의 사퇴 카드로 탄핵심판론에 대한 유권자의 지지도가 11일 19.0%에서 14일에는 44.9%로 올랐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중진그룹의 임채정(林采正) 의원도 “정 의장이 사즉생(死卽生)의 결단으로 당을 살려냈다”고 평가했다.
이런 분위기에서 정 의장의 거취에 관한 논란은 당분간 잠복할 것으로 보인다. 정 의장도 “(의장으로서) 주어진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의장은 이날도 집권여당의 ‘무한책임론’을 내세우며 내부 결속을 주문했다. 여기에는 친노 그룹 및 개혁파도 일단 동의할 공산이 크다.
이날 선대위 회의에 참석한 한 의원은 “당선자 중 정치신인들이 책임 있는 여당 운영을 위한 오리엔테이션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참석자는 “그동안 티코를 몰다 대형 덤프트럭을 몰게 된 만큼 운전면허도 2종 보통에서 그에 맞게 바꾸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김기만(金基萬) 선임부대변인이 전했다.
하지만 정 의장이 비례대표 의원직을 포기한 만큼 17대 국회 개원 후에도 당내 ‘평화’가 유지될지는 알 수 없다. 한 소장파 의원은 “152석이라는 거대 여당 내에서 주목받기 위해서라도 정 의장의 사퇴를 주장하는 등 ‘튀는’ 세력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정 의장의 ‘노인 폄훼’ 발언으로 직격탄을 맞은 영남권 낙선자들의 불만이 심상치 않은 데다 거물급 낙선자에 대한 예우 문제도 당내 갈등의 뇌관으로 남아 있다. 정 의장의 한 측근은 “당 화합 차원에서라도 이들에 대한 배려가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승헌기자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