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서울병원 소화기 내과 이풍렬 교수가 김영실씨에게 변비의 원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권주훈기자kjh@donga.com
《주부 김영실씨(34·서울 강서구 화곡동)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2주일에 한번 변을 볼 정도로 심한 변비를 가지고 있다. 최근엔 3, 4일에 한번씩 변을 보지만 배가 항상 더부룩하다. 더구나 굳은 변 때문에 통증을 느낄 때도 많다. 변비에 좋다는 민간요법 및 각종 변비약을 복용하거나 심지어 장세척까지 했다. 그러나 모두 일시적인 효과만 봤다. 김씨는 3월 31일부터 2주간에 걸친 장 검사를 받았다. 13일엔 삼성서울병원 1층 소화기 내과 외래에서 이풍렬 교수를 만났다. 이 교수는 위 식도역류, 과민성 장증후군, 만성변비 등 소화관 운동성 질환의 전문가로 현재 대한소화관운동학회 총무이사로 있다. 》
○변비 검사 과정
김씨는 변비의 원인을 알기 위해 병원에서 장과 관련된 검사 4가지를 받았다. 3월 31일 변 배출 기능에 문제가 있는지를 알기 위해 물로 만든 인공 변을 직장 속에 넣어 검사하는 풍선배출검사, 대장질환이 없는지 알기 위한 직장내시경검사를 각각 받았다. 6일엔 변의 대장통과시간을 알기 위해 사흘에 걸쳐 대장통과시간 측정검사를 받았다. 조영제가 들어 있는 캡슐을 사흘간 아침마다 한 알씩 복용한 뒤 나흘 뒤와 이레 뒤 복부 X선을 찍어 캡슐의 위치를 알아보는 검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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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12일엔 직장 안에 조영제를 넣고 변 보는 과정을 검사하는 배변조영술검사를 받았다. 이 검사로 직장과 항문의 해부학적 이상을 알 수 있다.
검사가 끝난 뒤 김씨는 “직장 내시경으로 숙변 여부 등만 검사하는 줄 알았는데 이렇게 복잡한 과정의 검사를 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증상에 따라 다른 처방
“3, 4일 만에 한번 변을 봐도 시원하게 본다면 변비가 아니라고 하던데….”(김씨)
“그렇지 않아요. 변비는 변의 횟수와 관련이 있어요. 하루 3번이나 1주일에 3번 정도 변을 보더라도 정상이지만 1주일에 2번 이하 변을 본다면 변비로 봐야 돼요.”(이 교수)
횟수와 별개로 대변 시 증세로도 변비를 알 수 있다고 이 교수는 설명했다. 즉 변을 매일 보더라도 변이 딱딱하게 굳어 통증을 느끼거나 시원하게 배출이 안 되며, 힘을 쓰지만 변이 가늘게 끊어져 나오는 것도 변비라는 것.
“변비는 크게 3종류입니다. 배변기능의 이상에 따른 변비와 대장통과시간이 긴 서행성 변비, 배변기능과 장에 이상이 없는 정상통과형 변비 등입니다. 이 중 가장 많은 것이 정상통과형인데 이는 앞서 말한 대로 대변 시 생기는 증세로 본 것입니다.”(이교수)
김씨는 풍선배출검사 결과 변 배출시간이 2분3초로 나왔다. 보통 3분 내로 배출되면 정상이다. 그런데 대장통과시간 검사에선 67.2시간이 걸렸다. 보통 사람의 평균 36시간에 비해 2배나 많은 수치다.
“서행성 변비네요. 그렇게 심한 편은 아니에요. 대장통과시간이 일주일 이상 되는 사람도 많거든요.”(이 교수)
서행성 변비 치료를 위해 이 교수는 과일 채소 등 고식이섬유를 많이 섭취할 것과 배 근육운동을 많이 하라고 권했다. 또 장의 수분 흡수를 막아 변이 딱딱해지는 것을 막는 삼투압성 변비약을 복용하도록 했다.
“다른 변비에도 마찬가지지만 앞으로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식사를 한 뒤 30분 이내에 화장실 가는 습관을 들이도록 하세요. 장운동이 가장 활발할 때거든요. 변볼때 5분은 넘기지 않도록 하시고요. 또 고식이섬유인 밀가루껍질(밀기울)로 만든 시리얼에 우유를 섞어 먹어도 도움이 돼요. 윗몸 일으키기 등 배 근육을 강화시키는 것도 꾸준히 하시고요. 적어도 한 달 이상은 꾸준히 해야 됩니다.”(이 교수)
이진한기자·의사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