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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임신여성 10명중 4명 자연유산 경험

입력 | 2004-04-18 17:45:00

임신 초기 질 출혈이나 복통이 있으면 자연유산의 가능성이 있으므로 초음파검사 등 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동아일보 자료사진


《둘째아이를 임신한 이모씨(31·대구 중구 동인동)는 임신 8주 만에 자연유산하고 말았다. 출혈이 생겨 인근 병원에서 초음파 검사를 받은 결과 태아의 심장이 뛰지 않은 것. 처음으로 유산을 경험한 이씨는 ‘앞으로 임신은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임신 한 뒤 또 유산은 하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자연유산은 임신한 여성의 10명 중 4명이 경험할 정도로 흔하다. 임신한 줄도 모르고 생리하듯이 그냥 지나치기도 한다. 임신한 것을 안 상태에서 자연 유산되는 경우는 15%에 불과하다.

최근 출산율이 감소하고 있지만 고령 임신부가 늘어나 자연유산율은 오히려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자연유산율에 대한 국내 통계는 없지만 자연유산을 3회 이상 하는 습관성 유산 통계를 통해 이를 추정할 수 있다.

삼성제일병원이 최근 습관성 유산 비율을 조사한 결과 2001년도엔 총 분만 8103건 중 271명(3.3%)이었지만 2002년엔 9348건 중 319건(3.4%), 2003년엔 9458건 중 355명(3.8%)으로 해마다 조금씩 증가추세를 보였다.

▽자연유산의 원인=자연유산은 태아가 생존 가능한 시기(임신 24주 이후) 이전에 사망하는 것을 말한다. 자연유산의 80%는 12주 안에 발생한다. 자연유산 원인의 절반 이상은 기형아로 태어날 수 있는 염색체 이상이다. 특히 고령일수록 염색체 이상 태아가 많다.

하루에 담배 14개비 이상, 술은 일주일에 두 번 이상 취할 정도로 마시면 유산 위험이 2배 이상 높다. 또 하루에 커피를 4잔 이상 마셔도 유산은 증가한다. 자궁에 혹이 있거나 자궁 입구가 헐거워진 경우, 선천적으로 자궁에 이상이 있을 때도 유산 가능성이 높다.

▽자연유산시 어떻게 해야 하나=임신 초기 흔히 나타나는 유산의심 증세는 질 출혈. 임신부 4, 5명 중 1명꼴로 나타난다. 이 중 절반이 유산한다. 이때 병원에선 산모를 안정시키고 초음파 검사를 통해 유산 방지 약물로 치료한다.

임신한 사실을 아는 여성의 15%가 자연유산을 한다. 자연유산 원인의 절반 이상은 염색체 이상이므로 너무 낙담하지 않아도 된다.사진제공 삼성제일병원

10주 이전에 유산되면 대부분 태아와 태반이 동시에 배출되지만 그 이후에는 각각 배출될 가능성이 높다. 이때 태반의 일부 또는 전부가 자궁 내에 남으면 자궁수축을 방해해 출혈이 생길 수 있다. 따라서 초음파검사로 태반 등이 남아 있는지를 확인하고 수술을 통해 제거한다.

산모의 몸이 이전 상태로 되돌아가려면 1∼2주 정도 휴식을 취해야 한다. 직장여성은 병원에서 진단서를 끊어 회사에 병가를 받는 것이 좋다.

▽이렇게 예방하자=자연유산한 뒤 건강한 아기를 출산할 수 있는 확률은 75∼80% 정도로 높다. 따라서 유산했다고 심리적으로 위축되거나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최근 논문에 따르면 유산을 경험한 환자들의 경우 유산 재발에 대한 스트레스가 면역체계를 교란시키기 때문에 유산이 더욱 촉진된다는 것.

따라서 너무 스트레스를 느낀다면 임신 8주까지 매주 병원을 방문해 초음파검사를 통해 태아가 잘 자라고 있는 모습을 직접 보면서 심리적인 안정을 찾도록 한다.

그러나 세 번 이상 연속해서 유산되면 습관성 유산이므로 별도의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최근엔 고령 임산부나 반복유산을 하는 여성을 대상으로 체외수정을 한 뒤 수정란의 염색체 이상 여부를 확인해 인공 수정하는 ‘착상 전 유전진단’이 도입되고 있다. (도움말=삼성제일병원 산부인과 양광문 교수, 강남차병원 산부인과 장진범 교수, 한양대구리병원 산부인과 황정혜 교수)

이진한기자·의사 likeday@donga.com